금융 자금 부동산에 과잉 집중… GDP 기여도의 7.6배 끌어가

입력 2025-11-07 00:25

부동산업이 실제 경제 규모보다 많은 금융권 자금을 끌어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상대적으로 생산성이 낮은 산업에 자금이 과도하게 집중됐다는 뜻이다.

5일 산업은행이 최근 내놓은 ‘대출 집중도 등을 사용한 산업별 신용 배분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부동산업의 ‘신용 집중도’는 7.61로 전 산업 중 가장 높았다. 신용 집중도는 대출과 장·단기 차입금, 유동성 장기 부채, 회사채 등 해당 산업이 금융권에서 조달하는 차입금 비중을 명목 국내총생산(GDP)에서 해당 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으로 나눠 구한다. 이 수치가 1보다 높다면 특정 산업이 가져간 차입금이 그 산업의 경제 규모보다 크다는 것을 뜻한다. 부동산업이 GDP 기여도의 8배에 육박하는 금융권 자금을 흡수한 셈이다.

은행 등 예금 취급 기관에서 내준 대출로만 한정하는 대출 집중도를 봐도 부동산업은 3.47로 신용 집중도와 마찬가지로 전 산업 중 1위다.

부동산업은 다른 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생산성이 떨어진다. 특정 산업의 영업에 쓰인 경영 자산이 부가 가치를 1년간 얼마나 창출했는지 나타내는 ‘경영 자산 투자 효율’을 볼 때 부동산업은 3.73(2023년 기준)으로 전 산업 중 가장 낮았다. 전 산업 평균(18.80)의 5분의 1 수준이다.

부동산업이 금융권 자금을 무차별적으로 빨아들이는 사이 제조·기술 집약 업종은 상대적으로 외면당했다. 2023년 제조업 전체의 신용 집중도를 보면 0.67로 1 미만이었다. 기술 집약 제조업인 전자·정밀 기기와 수출 기여도가 높은 자동차·트레일러, 설비 투자 연계도가 높은 기계·장비 모두 1에 못 미쳤다. 한국 수출의 핵심 축 중 하나인 중화학공업도 0.79에 그쳤다.

산업은행은 금융권이 신용이라는 중요한 자원을 비효율적으로 배분하고 있었다고 평가한다. 제조업처럼 자원이 많이 투입될수록 산출량이 커지는 한계 생산성이 높은 산업에 신용이 집중돼야 한다는 것이다. 전자와 자동차, 기계, 중화학공업 등은 기술이 진보하고 설비 투자가 확대되면 산출량이 투입량보다 더 크게 증가하므로 같은 자금을 투입했을 때 GDP 기여도가 상대적으로 크다.

정승원 KDB미래전략연구소 산업기술리서치센터 연구위원은 “산업 간 신용 배분은 은행 창구에서 결정된다고 할 수 있는데 이들의 주요 관심사는 채권 보전이지 산업의 생산성이 아니다”라면서 “금융 부문이 경제 성장을 촉진하도록 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진욱 기자 real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