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트럼프 핵무기 시험’에 맞대응 시사

입력 2025-11-06 18:56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TASS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핵무기 시험 준비를 위한 제안서를 제출하라고 민관군에 지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핵무기 시험 재개 발표에 맞대응을 시사한 것이다.

타스통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5일(현지시간) 국가안보회의에서 “러시아는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CTBT)에 따른 의무를 엄격하게 준수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며 “CTBT 서명국이 핵무기 시험을 시작한다면 러시아도 비례적인 대응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외무부와 국방부, 정보 당국, 민간 기관에 “핵무기 시험 준비의 타당성에 관한 제안서를 제출하라”고 지시했다.

안드레이 벨로우소프 국방장관은 회의에서 ‘미국의 핵 현대화’ 보고서를 근거로 “미국이 핵탄두 장착이 가능한 사거리 1만3000㎞의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에 힘쓰고 있다”며 “전면적인 핵실험 준비를 즉각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푸틴의 지시에 대해 “당장 (핵무기 시험 준비에) 착수하라는 게 아니라 시작 여부를 우선 파악하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30일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소셜에서 “다른 국가들의 (핵무기) 시험으로 인해 나는 동등한 기준으로 우리의 핵무기 시험을 개시하도록 전쟁부(국방부)에 지시했다”며 “절차가 즉각 시작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이 1992년 이후 33년 만에 핵실험을 재개한다면 러시아와 중국 등 강대국들의 핵 군비 경쟁이 불붙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미 공군 지구권타격사령부는 5일 ‘미니트맨3’ ICBM을 시험 발사했다. 캘리포니아주 밴덴버그 우주군 기지에서 탄두를 장착하지 않고 발사된 미니트맨3는 약 6760㎞를 날아 남태평양 마셜제도 환초의 로널드레이건 미사일방어 시험장에 떨어졌다.

핵탄두 장착이 가능한 미니트맨3의 최대 사거리는 9600㎞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미국이 시험발사 계획을 사전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