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사상 첫 여성 국가수반인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대통령이 길거리에서 남성 취객에게 성추행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셰인바움 대통령은 5일(현지시간) 정례 기자회견에서 “어제 대통령궁에서 교육부 청사로 걸어가던 중 누군가 가까이 다가오는 것을 느꼈다. 그는 완전히 취한 상태였다”며 “그는 범죄를 저질렀고 저는 모두를 위해 고소장을 제출했다”고 말했다. 현지 소셜미디어 영상을 보면 셰인바움은 도보로 이동 중 시민들과 인사하려고 잠시 멈춰 섰다. 이때 한 남성이 뒤에서 접근해 대통령 목에 입을 가져다 대고 상체 부위를 손으로 더듬었다. 보좌관이 급하게 남성을 저지했다. 셰인바움은 “저는 12살 학생 때도 이런 일을 경험했다”며 “제가 고소하지 않으면 모든 멕시코 여성이 어떤 처지에 놓이겠는가”라고 말했다. 역시 여성인 클라라 브루가다 멕시코시티 시장은 “성추행 피의자는 체포됐고 법 절차에 따라 처리될 것”이라고 밝혔다. 행정부 산하 여성사무국은 “남성들은 이런 행위가 범죄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CNN에 따르면 멕시코시티 경찰은 이 남성이 같은 날 다른 두 여성을 희롱한 혐의도 받고 있다고 밝혔다. 현지에선 공공장소에서 벌어지는 여성 성추행의 심각성에 대한 논쟁이 불붙고 있다. 멕시코를 포함한 중남미에선 남성 중심 문화를 뜻하는 ‘마치스모(Machismo)’가 뿌리 깊다. 이런 성차별적 문화가 성폭력이나 가정폭력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많다. 현지 여성단체 활동가는 AP통신에 “신고해도 대다수 남성이 처벌받지 않기 때문에 여성들이 신고를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