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정부 대통령실에 대한 6일 국회 운영위원회의 국정감사는 ‘막장 국감’의 전형을 보여줬다. 이 대통령의 최측근인 김현지 대통령실 제1부속실장의 국감증인 출석 문제로 여야가 하루종일 대치하면서 정회와 재개를 반복했고, 급기야 물리적 충돌까지 빚는 모습은 올해 국감이 얼마나 볼썽사나웠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여야가 마치 국감의 피날레로 오래 준비해온 장면 같았다.
운영위에선 채현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윤석열정부 법률비서관을 지낸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의 국감 참여를 문제 삼으면서 소란이 시작됐다. 이에 주 의원이 “내가 김 부속실장 의혹을 계속 제기하니까 ‘입틀막’ 하려는 것”이라고 반발했고 여야가 고성을 주고받으면서 국감은 1시간 만에 중단됐다. 이후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이기헌 민주당 의원이 국감장을 퇴장하다 배치기를 하며 몸싸움을 벌였고, 둘은 서로 상대가 폭행을 먼저 시작했다며 앞다퉈 회견을 열기도 했다. 오후에 재개된 국감에서도 김 부속실장 얘기가 나올 때마다 여야는 또 대립했고 고성과 삿대질, 막말이 끊이지 않았다. 그로 인해 대통령실 정책실과 국가안보실 등을 상대로 한 부동산과 경제 문제, 관세 협상, 외교안보 등과 관련된 현안들은 제대로 다뤄지지 못했다.
올해 국감은 당초 여야가 내건 ‘민생 국감’ ‘정책 국감’은 거의 찾아보기 어려웠다. 대신 세 인물과 관련된 논란으로 시작과 끝을 맺은 셈이나 다름없다. 법제사법위원회의 조희대 대법원장을 둘러싼 대치,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최민희 위원장 자녀 결혼 축의금 논란, 운영위의 김 부속실장 관련 힘겨루기로 국감 내내 시끄러웠다. 나쁜 것이 좋은 것을 몰아낸다는 말이 있듯 이들 상임위의 대치와 충돌이 워낙 요란해 다른 상임위의 중요한 현안들은 파묻히기 일쑤였다. 이런 식의 소모적인 국감 행태에 ‘국감 무용론’을 넘어 ‘국감 방지법’이라도 만들고 싶은 게 국민들 마음일 것이다.
이제 국감을 마무리하고 예산 정국이 본격화되지만 예산안 심사를 놓고선 또 얼마나 대립할지 벌써부터 걱정된다. 내년도 나라 살림을 다루는 예산 심사마저 조희대, 김현지 대치의 연장선이어선 안 된다. 여야가 이제부터라도 힘자랑이나 반대만을 위한 반대에서 벗어나 협상과 타협의 정치를 복원해 민생을 돌보는 일에 매진하기 바란다. 국민은 내년 지방선거에서 싸움을 잘 하는 쪽보다 민생을 돌보는 역할에 충실하는 쪽에 표를 던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