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최근 실업률 하락, 청년층 구직 포기 때문”

입력 2025-11-07 00:16

최근 낮아진 실업률이 경기 회복이 아닌 청년층의 구직 포기 증가 때문이라는 국책연구기관의 분석이 나왔다. 특히 최근 급증한 청년층 ‘쉬었음’ 인구가 고용지표를 왜곡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6일 ‘최근 낮은 실업률의 원인과 시사점’이라는 보고서에서 “최근 저조한 성장세에도 불구하고 실업률이 2%대 중후반의 낮은 수준을 지속하고 있다”며 “실업률과 경기 상황의 괴리는 주로 구직 포기자 증가와 매칭효율성 개선 등 두 가지 요인에서 발생한다”고 진단했다.

‘쉬었음’ 인구는 별다른 구직 활동을 하지 않은 채 경제활동에서 이탈한 집단으로, 실업자 통계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따라서 이 인구가 늘어나도 실업률은 오히려 떨어지는 역설이 일어날 수 있다. 실제로 20대 쉬었음이 급증하기 시작한 2015년 3.6%였던 실업률은 올해 7월 2.7%로 하락했다. 20대 ‘쉬었음’ 인구는 이 기간 꾸준히 늘어 올해 41만명이 됐다.

또 다른 요인은 매칭효율성 개선이다. 매칭효율성은 구직자와 일자리의 연결 정도를 나타내는 개념으로, 2015년부터 10년간 약 11%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구직자 수와 구인공고 수가 같다는 가정하에 신규채용이 100건에서 111건으로 증가했다는 뜻이다. 디지털 채용 플랫폼 확산과 AI 기반 구인·구직 기술 도입이 주된 원인으로, 공공·민간 직업알선기관을 통한 구직 비중은 2015년 32%에서 2025년 71%로 늘었다. KDI는 “매칭 기술의 발전과 인구구조 변화로 매칭효율성이 크게 개선돼 실업률 하락에 23~45%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결국 최근 경기 둔화 속에서도 실업률이 낮게 유지된 건 청년층의 구직 의향 감소라는 부정적 요인과 매칭효율성 개선이라는 긍정적 요인이 동시에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이에 KDI는 “낮은 실업률이 반드시 고용 여건 개선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면서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할 여력을 확보하고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완화하는 한편, 산업 수요에 부합하는 인적자원을 육성하는 방향으로 교육체계를 점진적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특히 20대 쉬었음 인구에 대한 심층 분석이 요구된다. 김지연 KDI 전망총괄은 “2005년부터 2025년까지 20대 생산가능인구는 줄었지만, 같은 기간 20대 ‘쉬었음’ 인구는 64%가량 증가했다”며 “20대 인구가 감소해도 구직을 포기한 청년이 늘면 ‘쉬었음’ 비중은 계속 높아질 수 있고, 이는 실업률을 낮추는 하방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경계했다.

세종=이누리 기자 nur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