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잇단 회동 구애에도 침묵했던 북한이 미국 정부의 연이은 대북 제재 발표엔 “언제까지든지 인내력을 가지고 상응하게 상대해줄 것”이라고 맞대응에 나섰다. 미국이 비핵화 기조를 철회하기 전까지 어떤 형태의 대화에도 응하지 않겠다는 의미여서 장기전을 예고한 것으로 해석된다.
김은철 외무성 미국 담당 부상은 6일 조선중앙통신에 발표한 담화에서 “미국의 악의적 본성이 또 여과 없이 드러났다”며 “새 미 행정부 출현 이후 최근 5번째로 발동된 대조선 단독 제재는 미국의 대조선 정책 변화를 점치던 세간의 추측과 여론에 종지부를 찍은 하나의 계기”라고 주장했다.
김 부상은 “현 미 행정부가 상습적이며 아주 전통적인 방식으로 또다시 변할 수 없는 저들의 대조선 적대적 의사를 재표명했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압박과 회유, 위협과 공갈로 충만된 자기의 고유한 거래 방식이 우리 국가를 상대로 언제인가는 결실을 보게 될 것이라는 기대와 미련을 가지지 말라”고 밝혔다. 이어 “(대북 제재가) 현재는 물론 앞으로도 우리의 대미 사고와 관점에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담화는 미국의 추가 제재에 굴복하지 않고 장기적 인내 전략을 유지하겠다는 의미로 평가된다. 다만 북한은 비핵화 포기라는 조건이 충족되면 대화를 재개할 수 있다는 여지는 남겨 놨다. 트럼프 대통령 개인이 아닌 미 정부를 겨냥했고, 과도한 표현은 자제하며 수위를 조절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석좌교수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적 친분과 향후 북·미 대화 가능성을 염두에 둔 메시지”라며 “양국 간 상황 악화를 원치 않는다는 신호가 내포돼 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이 북·미 회담 제안을 사실상 거부하자 제재 강도와 외교적 압박 수위를 높이며 대응하고 있다. 미 재무부는 지난 4일(현지시간) 북한 정권의 사이버 범죄 수익 자금 세탁에 관여한 북한 국적자 8명과 북한 소재 기관 2곳을 제재 대상으로 새로 지정했다. 미 국무부도 북한산 석탄·철광석의 대중국 수출에 관여한 제3국 선박 7척에 대해 유엔 제재 대상 지정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이 제재 무용론을 강조하며 기한 없는 장기전을 예고했다”며 “미국 측의 추가 제재가 이뤄지면 북·미 간 ‘강 대 강’ 대결이 재연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