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예산 심사 당시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전액 삭감됐던 대통령실과 검찰 등의 특수활동비를 정부가 내년도 예산안에 예년 수준으로 편성해 ‘내로남불’ 논란이 일고 있다. 민주당이 야당일 때 “없어도 국정이 마비되지 않는다”며 삭감했던 특활비를 되살린 것이어서 어떤 형식으로든 해명이 필요해 보인다. 예산 편성 때마다 논란이 되는 특활비를 자의적으로 편성·집행하도록 방치하지 말고 국민이 납득할 수 있게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 정부는 내년도 대통령실 예산안 특활비로 82억5100만원을 편성해 국회에 제출했다. 대통령실 특활비는 대통령이 각종 유공자에게 주는 격려금·축의금·조의금·전별금이나 출처를 밝히기 어려운 국가안보실의 보안 활동 등에 쓰인다. 민주당은 지난해 11월 예산 심사 때는 “불필요한 쌈짓돈”이라며 예산안 82억원을 전액 삭감했었다. 정부는 또 마찬가지로 지난해 전액 삭감됐던 검찰·경찰·감사원 등의 특활비도 예전 수준으로 복구했다.
정부의 특활비 복구는 예고된 수순이었다. 대통령선거 직후였던 지난 7월 여당이 된 민주당은 추가경정예산안을 단독 처리하며 2025년도 남은 기간에 해당하는 대통령실 등의 특활비를 되살린 바 있다. 국익 및 안보 등과 연계돼 고도의 보안이 요구되는 활동에 직접 소요되는 경비라고 했는데 불과 몇 개월 전 쓸데없다며 전액 삭감할 때와는 설명이 전혀 달랐다. 당시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상황이 어떻든 간에 저희 입장이 바뀌게 된 것에 대해서 국민께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어제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지난 정부에선 필요 없다던 특활비가 지금은 왜 필요한지 직접 설명하라”며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의 출석을 요구했다. 지난해 예산 심사 당시 민주당 소속이었던 만큼 강 실장은 특활비의 필요성과 상황 변화에 대해 해명할 필요가 있다. 민주당도 예산안은 정부가 편성했다는 식으로 얼버무리지 말고 특활비의 제도 개선 방안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삼척동자도 웃을 말바꾸기를 해놓고 나 몰라라 하는 건 책임있는 정치의 모습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