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다니, 인수위원에 ‘빅테크 저격수’ 앉히며 진보색 부각

입력 2025-11-06 18:55
조란 맘다니 미국 뉴욕시장 당선인이 5일(현지시간) 뉴욕 퀸즈 플러싱메도코로나공원의 지구본 조형물 ‘유니스피어’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리나 칸(맨 오른쪽) 전 연방거래위원회 위원장을 포함한 인수위원들을 소개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조란 맘다니(34) 미국 뉴욕시장 당선인이 5일(현지시간) ‘빅테크 저승사자’로 불리는 리나 칸(37) 전 연방거래위원회(FTC) 위원장을 인수위원에 임명했다. 또 부자 증세와 생활비 인하 등 선거 공약 실현을 최우선 과제로 제시하며 선명한 진보 색채를 부각시켰다.

맘다니 당선인은 이날 행정 전문가들로 구성된 인수위원회 명단을 발표했다. 그는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 최연소 FTC 위원장을 지낸 칸을 비롯해 에릭 애덤스 현 뉴욕시장 행정부에서 제1부시장을 지낸 마리아 토레스-스프링거 등을 지명했다. 이날 발표된 인수위 간부 5명은 모두 여성이다.

특히 칸 전 위원장은 아마존·구글·애플 등 빅테크의 독과점 문제에 강경한 입장이며 미국 진보 진영의 아이콘인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과도 가까운 사이다. 그는 예일대 법학대학원 재학 시절 아마존을 정면 비판하는 논문으로 ‘아마존 저격수’라는 명성을 얻었다.

맘다니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선거운동 때 내놓은 진보적 공약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시정 운영은) 생활비 부담 위기에 초점을 맞출 것이고, 이 도시에서 내몰린 뉴요커들을 위한 일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말했다.

맘다니는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도 “이번 선거 과정에서 얻은 위임의 의미를 분명히 하고자 한다”며 “그 위임은 우리가 공약으로 내건 의제를 실현하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부자 증세 공약을 강조하며 “우리의 세금 제도는 노동계층이 배신당한 수많은 사례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동을 희망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맘다니는 “대통령과 뉴욕시민을 위해 봉사하는 방법과 그가 공약으로 내세운 생활비 위기를 해결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할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트럼프는 이날 뉴욕시장 선거 결과에 대해 “최대 도시에 공산주의자가 앉았다”고 말했다. ‘민주적 사회주의자’를 자처하는 맘다니를 향해 색깔 공세를 이어간 것이다.

트럼프는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열린 아메리카비즈니스포럼에서 “민주당이 미국에 어떤 짓을 하고 싶어 하는지 알고 싶다면 어제 뉴욕시 선거 결과를 보면 된다”며 “나는 우리나라에 사회주의자가 어떤 직책에도 당선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는데 (민주당은) 사회주의자를 건너뛰고 공산주의자를 앉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제 공산주의자가 뉴욕에서 어떻게 해낼지 지켜보자”고 말했다.

트럼프는 자신의 대선 승리 1주년과 관련해 “2024년 11월 5일 미국인들은 우리 정부를 되찾았다. 우리 주권을 되찾았다”며 “우리는 어젯밤 뉴욕에서 주권을 조금 잃었지만 우리가 잘 처리하겠다. 걱정하지 말라”고 말했다. 선거 전에 맘다니가 당선되면 뉴욕에 대한 연방 지원을 제한하겠다고 했던 트럼프는 “우리는 뉴욕이 성공하기를 바란다. 아마도 조금은 도울 것”이라며 약간 물러섰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