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업체 공모 K팝 티켓 암거래 6년간 4만여 건, 수익 100억원

입력 2025-11-07 00:22
연합뉴스TV 제공

외국인 관광객을 상대로 여행상품을 판매하는 A사의 핵심 모객 수단은 케이(K)팝 콘서트 티켓이다. 겉보기에는 매력적인 상품이지만 티켓을 확보하는 방식은 불법이다. A사는 매크로를 이용해 대량의 티켓을 사들이는 암표업체 B사에 장당 10만원의 수수료를 지급하고 티켓을 구했다. 이렇게 확보한 티켓은 외국인 관광객에게 판매하거나 시세의 약 2.5배 가격으로 인터넷에 재판매했다. 두 회사가 ‘협업’ 형태로 거래한 암표는 최근 6년간 4만여 건이다. 벌어들인 수익에 대한 소득세 신고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국세청은 이들이 누락한 수익이 100억원 규모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국세청이 암표상들의 탈세 행위에 칼을 빼 들었다. 국세청은 주요 티켓 거래 플랫폼에서 거래 규모가 크고 탈루 혐의가 짙은 17건을 선별해 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 6일 밝혔다. 암표 거래상을 대상으로 한 세무조사는 처음이다. 지난달 26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한화이글스와 LG트윈스의 한국시리즈 1차전 티켓이 999만원에 팔릴 정도로 암표 거래가 기승을 부리자 조치에 나선 것이다.

국세청이 추려낸 17건 가운데 3건은 조직적으로 암표를 판매한 법인, 나머지 14건은 개인이다. 개인 중에는 공공기관 직원과 사립학교 교사도 포함돼 있다. 이들은 암표 판매로 각각 4억원과 3억원가량의 수익을 올리고도 세금을 신고하지 않아 조사 대상에 올랐다.

국세청은 세무조사 대상의 암표 거래 수익이 총 220억원 규모라고 밝혔다. 대부분은 온라인 플랫폼이나 중고거래 커뮤니티를 통해 티켓을 재판매하거나 암표업자가 대신 예매를 진행한 경우였다. 소수지만 불법 예매를 가능하게 하는 ‘매크로 프로그램’을 판매하거나 예약 대기가 없는 ‘직접 예약 링크’를 거래한 사례도 적발됐다.

국세청은 세무조사 결과 탈세가 드러날 경우 범칙조사로 전환해 고발까지 병행할 방침이다. 안덕수 국세청 조사국장은 “금융 추적 등 모든 가용 수단을 동원해 암표 거래에 따른 현금 흐름을 철저히 확인하겠다”고 말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