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대법관도 대통령 관세 권한 회의적… 궁지 몰리는 트럼프

입력 2025-11-06 18:50 수정 2025-11-06 18:52
미국 연방대법원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에 대한 심리를 개시한 5일(현지시간) 워싱턴DC 대법원 청사 앞에서 한 남성이 ‘관세는 나쁘다’고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AFP연합뉴스

미국 연방대법원이 5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에 대한 첫 심리를 열고 관세 부과 권한의 적법성을 따졌다. 보수 성향의 대법관들도 트럼프 대통령의 제한 없는 관세 부과 권한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나타내 트럼프 관세 정책의 운명이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연방대법원은 이날 관세 소송과 관련한 구두 변론을 개시했다. 정부 측 대리인과 소송을 제기한 중소기업 및 민주당 성향 12개 주를 대리하는 변호사들이 차례로 나와 공방을 펼쳤다.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과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등 행정부 주요 인사들이 방청석에서 재판을 지켜봤다.

9명의 대법관은 트럼프가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에 근거해 의회의 승인 없이 전 세계에 관세를 부과하는 것이 적법한지를 집중 심리했다. 연방대법원은 6대 3으로 보수 성향 대법관들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지만 이날 보수 대법관들도 행정부를 향해 날카로운 질문을 던졌다.

트럼프가 임명한 닐 고서치 대법관은 헌법이 과세 권한을 의회에 준 점을 지적하며 “그건 반드시 지역 차원에서 우리가 직접 선출한 대표들을 통해 이뤄져야 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역시 트럼프가 임명한 에이미 코니 배럿 대법관도 정부 측을 향해 “법령 어디에서든, 역사상 어느 때든 ‘수입 규제’라는 문구를 근거로 관세 부과 권한을 주장한 적이 있느냐”고 따졌다.

존 로버츠 대법원장도 트럼프가 ‘어떤 제품이든 어떤 나라든 어떤 기간이든’ 간에 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한 것이 “중대한 권한이지만 그 권한의 근거로 제시된 법률은 잘 맞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진보 성향의 소니아 소토마요르 대법관은 “세금 부과는 의회의 권한이지 대통령의 권한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AP통신은 “대다수 대법관은 트럼프가 일방적으로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권한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며 “대통령의 가장 큰 법적 시험에서 핵심 정책이 위협받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1심과 2심 모두 트럼프의 조치가 대통령의 법적 권한을 넘어선다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이르면 연말 내에 결론을 내릴 것으로 관측된다. 트럼프 행정부는 대법원에서도 패소할 경우 무역확장법 232조 등 ‘플랜 B’를 동원해 관세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IEEPA만큼 광범위한 권한은 없어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에 일대 변화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지금까지 걷어온 관세를 환급해야 할 수도 있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