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교육이 ‘대한민국 미래교육’의 표상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경기도교육청이 ‘광범위한 지역’과 ‘전국 최다 학생 수’라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교육의 본질 회복’이라는 절대 명제 아래 다각도로 해법을 내놓으면서 ‘대한민국 교육의 표준’을 세워가고 있다는 평가다.
선봉장인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은 9일 “학생 스스로 삶의 주인이 되도록 키우는 게 교육의 본질이기 때문에 학생이 자기 삶을 설계하고 미래 사회를 살아갈 기본 인성과 기초역량을 갖추도록 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대입제도 개편이다. 경기도교육청은 지난해부터 대입 전문가(대학교수, 교원, 입학사정관 등)로 구성한 특별 전담기구(TF)를 조직해 좌담회, 워크숍, 토론회 등 교육구성원의 다양한 의견을 청취해 올해 말까지 2032년 대학입시 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크게 ‘학생 내신 평가 변화’ ‘대학수학능력시험 체제 개편’ ‘대입 전형 개선’ 등이다.
학생 내신 평가는 2026학년도 중학교 1학년 입학생부터 지필평가에서 서·논술형 평가의 비중을 점진적으로 확대하고, 고등학교 전 과목에 절대평가 전면 도입이다.
수능 체제 개편으로는 2032학년도 수능부터 5단계 절대평가를 적용하고, 서·논술형 평가 문항을 도입해 창의적 사고력, 분석적 문제해결력 등을 평가하는 시험으로 개편하는 것이다.
대입 전형 개선은 학생이 고등학교 3학년 2학기까지 학교 수업에 충실히 참여할 수 있도록 현재 구분돼 있는 수시와 정시 전형을 통합하고, 이에 따른 전형 시기를 조정하는 것이다.
경기도교육청이 2023년부터 운영 중인 인공지능(AI) 기반 교수학습 플랫폼 ‘하이러닝’도 빼놓을 수 없다.
학생의 수준을 실시간 진단하고 맞춤형 콘텐츠를 제공할 뿐 아니라 서·논술형 평가까지 자동 채점하는 ‘AI 교실’은 공교육의 판을 2년만에 바꿔놨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지난해부터 전면 확대해 162개교 시범운영에서 1년만에 2600여 학교로 늘었고, 현재 학생 49만명과 교사 3만8000여명이 참여 중이다. 올해 7월부터는 등록 대안교육기관 69곳의 학교 밖 청소년까지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
또 대학 입시로 연결되면서 ‘수행지옥’이라는 악명을 받고 있는 수행평가 개선도 마련 중이다.
경기도교육청은 수행평가 ‘횟수’와 ‘시기’부터 조절하자는 입장이다. 중간고사와 기말고사 기간에 수행평가 과제를 중복으로 주지 않아 학생들의 부담을 덜도록 하자는 취지다. 의무화된 수행평가 비율 40%도 절차를 거쳐 비율을 줄일 계획이다. 기존의 수업 방식으로는 개선하기 어렵지만 수행평가를 아예 수업 중에 평가하는 안도 고심 중이다.
경기도교육청은 임 교육감 취임 이후 3년간 ‘자율, 균형, 미래’를 기조로 교육의 본질 회복을 최우선 과제로 학생 중심 교육 실현을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이와 함께 학생의 꿈 실현을 위해 학교를 중심으로 공교육의 영역을 학교 밖과 디지털 온라인 공간으로 확장했다. 지역사회 교육자원을 활용해 학교 안팎의 배움을 연결하는 세상에서 가장 큰 학교 ‘경기공유학교’를 통해 학생의 배움을 확장하는 한편 지역의 한계를 넘어 모든 학생과 청소년의 교육 기회 보장을 위한 ‘경기온라인학교’도 개교했다.
지난해 유네스코와 공동으로 개최한 ‘교육의 미래 국제포럼’을 통해 경기교육의 다양한 미래 교육 정책을 세계에 알렸다.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경기교육은 학교를 중심으로 배움의 범위와 깊이를 넓히고 세계 각국과 미래교육을 논의하며 대한민국 교육의 표준을 넘어 글로벌 교육의 중심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밝혔다.
“경기교육 변화, 대한민국 교육 표준되게 노력”
임태희 경기도교육감
임태희 경기도교육감
임태희(사진) 경기도교육감은 9일 국민일보와 인터뷰에서 “한국 교육의 본질 왜곡은 대학입시에서 일어나고 있다”며 교육 본질 회복을 위해 가장 먼저 혁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처럼 암기하고 정답 맞추고, 그걸 못 맞추면 서열에서 밀리는 교육이 아닌 (학생이) 좋아하는 것, 잘하는 것, 하고 싶은 것 등을 교육을 통해 구현해 학생들이 발전할 수 있게, 학생들이 성장할 수 있게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임 교육감은 궁극적으로는 ‘입시가 아니라 배움이 중심이 되는 학교, 경쟁이 아니라 성장이 중심이 되는 교육’으로 대전환이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임 교육감은 대입과 불가피하게 맞물린 수행평가 제도와 관련해서도 “수행평가는 원래 학생의 학습 과정을 평가하기 위한 제도인데 지금은 입시 경쟁 때문에 본래 취지가 왜곡되고 있다”며 “평가의 공정성 시비가 지속적으로 제기되는만큼 수행평가 제도를 구조적으로 바꾸겠다”고 말했다.
임 교육감은 남다른 애착을 보이는 인공지능(AI) 기반 교수학습 플랫폼 ‘하이러닝’에 대해 “공정한 평가체제를 실현하기 위한 실험장이자 토대”라며 “하이러닝은 수업·학습·평가를 하나로 통합한 시스템으로, 학생은 AI가 제시한 맞춤형 콘텐츠로 학습하고 교사는 축적된 학습 데이터를 바탕으로 수업을 설계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이러닝을 통해 학생이 스스로 배우고 교사가 신뢰로 평가하는 공정한 교실을 만들겠다”며 “AI는 도구일 뿐, 교육의 주체는 사람이다. 경기교육의 변화가 대한민국 교육의 표준이 되도록 끝까지 책임지겠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수원=강희청 기자 kangh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