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와 다르지 않은 어느 날, 난데없이 살인 누명을 쓴다면. 그 사건 배후에 거대한 권력이 자리하고 있다면.’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조각도시’는 이런 과감한 상상을 통쾌한 액션으로 풀어낸다. 극 설정이 익숙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2017년 개봉한 영화 ‘조작된 도시’를 원작자인 오상호 작가가 12부작 시리즈물로 직접 각색했다. ‘평범한 일상을 살던 남자가 억울한 누명을 쓴 뒤 복수에 나선다’는 기본 플롯만 같을 뿐, 전체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졌다.
영화 ‘조작된 도시’는 PC방에서 게임을 하는 게 일상인 백수 권유(지창욱)가 살인 사건의 범인으로 몰리자 게임 속 팀원들(심은경 안재홍)의 도움으로 누명을 벗는 과정을 다뤘다. 사회에서 밀려난 이들이 한 팀으로 힘을 합쳐 대기업과 정치인의 거대한 카르텔에 맞서 싸우는 이야기가 카타르시스를 선사했다.
반면 ‘조각도시’의 설정은 한층 밀폐되고 갑갑하게 조여졌다. 배달일을 하며 공부하는 동생을 뒷바라지하던 청년 박태중(지창욱)은 오랜 꿈인 정원 카페 창업을 꿈꾸지만, 하루아침에 살인 누명을 쓰고 망가진다. 조작된 증거들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교도소에 갇힌 사이 동생은 죽고, 여자친구는 떠났다. 완전히 고립되고 절망스러운 상황에서 홀로 고난을 헤쳐 나가야 한다.
영화에 이어 드라마에서도 주인공을 맡은 배우 지창욱은 최근 제작발표회에서 “영화 속 권유와 이번 시리즈의 박태중을 연결 짓지 않고 연기했다”며 “영화와는 완전히 다른 캐릭터가 나왔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태중이 처한 상황에 따른 감정을 잘 표현하고, 시청자들이 잘 따라올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큰 숙제였다”고 덧붙였다.
극 중 태중을 범죄자로 조작하는 인물은 상위 1%를 위한 특별 경호 서비스를 운영하는 보안업체 대표 요한이다. 요한 역으로 처음 악역에 도전한 배우 도경수는 “어떻게 하면 더 섬뜩해 보일지 많이 고민했다. 헤어스타일과 의상에도 신경을 썼다”며 “다른 영화나 다큐멘터리를 보고 상상하며 캐릭터를 잡아 나갔다”고 말했다.
교도소에서 태중이 다른 재소자 무리에게 갖은 구타와 괴롭힘을 당하는 장면은 미국 인기 드라마 ‘프리즌 브레이크’를 연상케 한다. 보는 내내 가슴이 답답하면서도, 매회 멈출 수 없는 전개가 몰입감 있게 이어진다. 사건의 전말을 알게 된 태중이 요한을 향한 복수에 나서면서 통쾌한 액션이 본격 시작된다. 오토바이와 자동차를 활용해 박진감 있게 펼쳐지는 추격 액션 장면이 백미다.
지난 5일 첫 회를 선보인 ‘조각도시’는 매주 수요일 순차로 공개된다. 연출을 맡은 박신우 감독은 “영화와 다른 시리즈만의 매력을 살리기 위해 노력했다”며 “매번 새로운 스테이지가 펼쳐지는데, 뒤로 갈수록 (다음 편을) 보지 않을 수 없도록 새로운 전개를 보여주고자 신경을 썼다”고 밝혔다.
SBS 드라마 ‘모범택시’ 시리즈, 영화 ‘범죄도시4’ 등 통쾌한 복수극을 써 온 오 작가는 자신의 영화를 시리즈로 새롭게 선보인 데 대해 “열심히 땀 흘리며 현재를 살아내는 주인공이 응원받는 요즘 세태를 반영했다”면서 “가짜나 조작이 판치는 시대상은 지금도 현실과의 접점이 여전히 유효하다”고 전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