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 베스트셀러 ‘목적이 이끄는 삶’ 저자 릭 워런 목사가 설립한 새들백교회는 명실상부 미국 복음주의를 대표하는 교회다. 2024년 현재 매주 3만명이 예배를 위해 이들 예배당을 찾는다.
2017년부터 8년간 이곳에서 목회한 케빈 리(35) 목사가 그간의 사역 경험과 원리를 담은 신간 ‘건강한 교회의 7가지 디테일’(두란노)를 펴냈다. 한인 1.5세인 그는 온라인 사역팀에서 활약하다 2년 전부터 위디어 캠퍼스의 ‘경험 목사’로 사역 중이다. 최근 방한한 그를 지난 3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스튜디오에서 만났다. 다음은 일문일답.
-경험 목사는 무슨 일을 합니까.
“저희는 성도와 방문자가 교회를 ‘온다’기 보단 ‘경험한다’고 표현합니다. 이들이 집을 나서 교회 의자에 앉기까지 전 과정을 총괄하는 사역이라고 보면 됩니다. 한국식으로 하면 새신자반 목사라고 할까요.”
-새들백교회에서 접한 경험 중 기억에 남는 게 있습니까.
“코로나19 팬데믹 당시인 2020년 성탄절 전후로 교회가 ‘라이트 쇼’(Light show)를 선보였습니다. 그해 3월부터 12월까지 대면 예배가 금지됐거든요. 팬데믹에 지친 성도와 지역 주민에게 성탄의 기쁨을 전하고자 교회가 드라이브 스루식 라이트 쇼를 준비했습니다.
트리 장식과 조명 등으로 꾸민 50만6000㎡(15만3000여평) 규모의 교회 부지를 차로 15~20분간 천천히 달리며 카 오디오로 캐럴과 예수 탄생 이야기를 들려주는 식으로 진행했습니다. 이때 차 3만여대가 교회에 등록했는데 이 중 60%가 교회에 단 한 번도 안 와본 이들이었습니다.”
-미국 초대형교회라 가능한 거 아닐까요.
“한국서 견학 온 분들에게 자주 듣는 말입니다.(웃음) 하지만 저희도 이런 사역은 쉽지 않습니다. 모험 의식을 자극하는 ‘새들백 교역자 12계명’ 덕이 큽니다.”
-계명 내용이 모험 의식에다 쉼과 유머, 인간성도 강조합니다.
“한인 교회에서 사역하다 새들백교회에 인턴십으로 와 처음 이 계명을 접했는데, 모든 항목이 충격이었습니다. 모험 의식을 육성한다고 매주 인턴에게 창의적 실수를 주문하는 것부터 그랬습니다.
‘전문적이기보다 인간적이 돼라’는 조언도 놀라웠습니다. 성도에게 허물없이 대하되 사명을 진중하게 여기는 것, 이게 진정한 프로라는 거지요. 책에 실은 7가지 목회 원리는 이 12계명을 비롯해 제가 교회에서 받았던 문화 충격을 항목별로 정리한 겁니다.”
-7가지 원리 중 한국교회에 시급히 적용할 게 있다면.
“매년 수많은 한국인이 교회로 견학을 옵니다. 교역자 중에는 저를 교회 투어 담당으로 아는 사람도 있습니다.(웃음) 건물을 안내하면서 교회 문화도 설명하는데 그때마다 한국 목회자들이 부러워하는 게 ‘사역자에게 쉼은 사역보다 더 중요하다’와 ‘건강한 교회는 사모가 행복하다’는 원리입니다.
부교역자 리더십 육성에 투자하는 문화도 그렇고요. 저희는 잘 성장한 목회자가 교회를 떠나는 것보다 훈련 안 된 이들이 목회하는 걸 더 두려워합니다. 중요한 건 교회 규모가 작을 때부터 이들 원리를 실천했다는 겁니다.”
-정신 건강을 각별히 돌볼 것도 주문합니다.
“워런 목사 부부에겐 정신 질환으로 아들을 잃은 아픔이 있습니다. 이후 워런 목사는 교역자의 건강보험에 전문 상담 혜택을 추가했습니다. 사역자들이 병세가 깊어지기 전 정신 질환을 발견하고, 주변에 이런 사람이 없는지 잘 살피라는 거지요. 정신 건강 없이 영적 성숙은 불가능합니다.”
-한국에도 사역 압박감으로 고통을 호소하는 이들이 적잖습니다.
“단기간에 극한까지 밀어붙여 폭발적 성장을 일으키려 하면 일이 과도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가장 중요한 건 사고방식입니다. 교역자 12계명 가운데 하나가 ‘그 정도면 훌륭해’인데요. 저희도 압박이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사역을 마치면 진심으로 수고했다고 서로 위로하는 문화입니다.”
-마지막으로 전할 말이 있습니까.
“제가 들을 때마다 가슴 아픈 소리는 ‘한국교회가 위기’란 말입니다. 하나님은 늘 위기의 순간 교회에 새로운 돌파구를 냈습니다. 서로 있는 곳은 다르지만, 교회가 이 땅의 소망이 되는 일에 함께 협력했으면 합니다.”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