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은 멈춤이 아닌 깊어짐

입력 2025-11-07 03:06

우리는 기다린다. 필요한 응답이 오지 않을 때, 길이 막막하고 보이지 않을 때 그렇다. 나만 멈춰있고 모두가 앞서가는 것 같을 때도 기다린다. 혀끝에 남는 떫은 감처럼, 우리는 기다림을 대할 때 늘 불편하고 서툴다. 온 입이 텁텁하고 얼얼해지는 떫은 감 같은 그 느낌이 싫어 기다림 역시 서둘러 뱉고 싶어하거나 급히 삼키려 한다.

이 책 ‘기다림에 필요한 것들’(구름이머무는동안)은 그 시간을 억지로 벗어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알려주는 책이다. 사람들은 대체로 기다림을 낭비라고 생각한다. 기다림이라는 고난이 끝나야 은혜가 시작된다고 믿는다. 소위 ‘고난의 시간을 통과해야 축복의 시간이 온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어찌 보면 우리는 나의 시간과 하나님의 시간 사이의 그 틈을 견디지 못해 조바심을 내는 셈이다.

저자인 구현우 목사는 이 부분을 주목해 이야기를 풀어간다. 저자는 그 ‘깜깜한 틈’이야말로 믿음을 훈련하는 최적의 시기이자 장소임을 상기시킨다. 결국 기다림은 내 소원이 이루어지길 바라는 욕망을 넘어 하나님의 주권을 온전히 신뢰하는 거룩한 순례길임을 알게 해준다.

우리는 기다림을 수동적 상태로 오해한다. 하지만 저자는 그 시간을 “하나님의 섬세한 손길을 느끼는 관계로 채우면 능동적 선택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어떤 마음가짐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그 기다림은 고통스러운 인고(忍苦)의 시간이 될 수도, 경이로운 동행의 순간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기다림의 시간 동안 단순히 인내하라고 말하는 책은 아니다. 저자는 이를 악물고 무작정 버티라고 하지 않는다. 무엇을 얻기 위함이 아니라 그 시간 자체를 온전히 살아내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한다. 그 시간을 보내며 조급함과 불안함은 걸러지고, 하나님의 뜻이 조금씩 스며들기 때문이다.

책에는 긴 기다림의 밤 끝에 찾아오는 하나님의 위로가 가득 담겨 있다. 내 삶의 모든 것이 멈춘 것처럼 느껴진다면 소망을 품고 더욱 하나님을 신뢰해보자. 지금 당신은 하나님의 깊은 은혜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런 당신에게 차가운 새벽을 깨우는 힘이 돼줄 이 책을 건네고 싶다.

박찬후 부목사(위더처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