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가까이 일간지 기자로 일한 저자는 문화부 출판 담당 시기를 가장 즐거운 시절로 회상한다. 매주 책상 위로 수백 권의 신간이 쏟아졌고, 그중 지면에 소개할 몇 권을 고르기 위해 수많은 책을 두루 살폈다. 그 시간이 책을 보는 안목을 길러주었고, 첫 독서 에세이의 밑거름이 됐다. 그가 말하는 “책에 포위됐던, 때론 포박당했던” 시간의 결과물이 바로 이 책이다. 오랜 시간 책을 읽고 선별해 온 기자의 시선이 문장과 기록으로 응축돼 있다.
대학에서 국문학을 전공한 저자는 한때 문학 중심의 독서에 몰두했다. 그러나 출판 담당 기자로 일하면서 ‘분야를 가리지 않는 열독’을 자신의 직업윤리로 삼았다. 그 결과 이번 책에는 문학, 철학, 과학, 역사 등 다양한 분야의 책을 다룬 34편의 짧은 글이 담겼다.
제목처럼 한 권의 책을 출발점으로 삼아 주제나 문제의식이 맞닿은 다른 책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구성이다.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의 추천 알고리즘처럼 한 권의 책이 또 다른 책으로 독자를 이끈다. 추천 음악을 따라가다 새로운 취향을 발견하듯, 독자는 이 책을 통해 ‘독서의 디깅’을 경험하게 된다.
김승연 기자 ki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