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대 노총이 65세 정년연장 법안의 연내 입법을 촉구하면서 정부·여당의 노동개혁 속도는 한층 빨라질 전망이다. 정부·여당과 노동계가 노란봉투법에 이어 정년연장까지 함께 밀어붙이며 경영계를 압박하는 모습이다. 경영계는 우려가 크다. 노동시장 경직성 문제와 세대 간 일자리 갈등 해결이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현재 고령자가 계속 일할 수 있는 제도적 환경을 구축해야 한다는 데는 상당한 사회적 공감대가 이뤄진 상황이다. 전체 인구에서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20%가 넘는 한국에서 60세가 되면 근로관계를 자동 종료하는 현행 제도는 적절치 않다는 이유에서다. 법정 정년인 60세와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63세) 간 차이 때문에 발생하는 ‘소득 크레바스’ 문제는 현재 진행형이다. 인구 감소에 따른 노동력 부족 문제까지 고려하면 정년연장은 중요한 정책 과제다.
문제는 정년연장으로 인해 청년 일자리가 더 줄어들고 기업 양극화 현상이 심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한국은행, 한국노동연구원, 한국개발연구원 등 연구기관들은 정년연장이 청년 신규채용과 상충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다. 특히 정년연장 영향을 받게 되는 일자리는 대부분 청년층 선호도가 높은 대기업, 공공기관 등이다. 경영계가 정년연장을 연공서열형 임금체계 개편과 함께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데는 정년연장에 따른 기업 부담을 줄여야 기업의 청년 고용 여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노동계는 임금 삭감 없는 정년연장을 요구하고 있다. 다만 노동계 내부적으로는 세대 상생형 임금피크제 등을 65세 정년연장에 연동하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은 5일 정년연장 입법을 촉구하는 양대 노총 기자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유연한 협의의 대상에) 임금체계 개편 등도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앞서 김 위원장은 지난 9월 이재명 대통령에게 정년연장을 건의하며 “현실적 여건을 고려해 유연하게 협의에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중소기업 간 격차가 더 크게 벌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정년연장을 통한 계속 고용의 혜택은 대기업, 공공기관에 집중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300인 이상 사업장은 90% 이상이 정년제를 도입했지만, 300인 미만 사업장은 이 비율이 20%에 그친다. 정년연장으로 발생하는 인건비 및 인사관리 부담도 중소기업이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양대 노총 기자회견에서 65세 정년연장을 촉구한 신동근 한국노총 공무원연맹 위원장, 오상훈 한국노총 삼성그룹노동조합연대 의장, 엄상진 민주노총 금속노조 사무처장 등은 모두 대기업·공공기관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이들이었다.
경사노위 틀을 넘어선 사회적 대화가 충분히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한인상 국회입법조사처 연구원은 “정년연장은 임금·근로시간 조정, 기업에 대한 맞춤형 정책 지원, 청년 고용에 미치는 영향 모니터링 등이 종합적으로 병행돼야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연착륙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세종=황민혁 기자 okj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