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린 돈도 수입으로 간주”… 생계비 깎인 기초수급자

입력 2025-11-06 02:17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사진. 연합뉴스

서울 영등포구 쪽방촌에 거주하는 기초생활수급자인 60대 강모씨는 최근 구청에서 지급하던 생계비가 덜 지급됐다는 걸 알게 됐다. 달라진 건 강씨가 지인들로부터 몇 차례 돈을 빌렸다는 사실뿐이었다. 허리디스크로 일을 하기 힘들어 정부 지원에 의존해 왔던 강씨는 기본적인 식비마저 아껴야 하는 처지에 내몰렸다. 강씨는 5일 “구청에서는 계좌에 입금내역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며 “당장 쓸 병원비가 부족해 돈을 빌렸다가 이미 갚았는데 구청에서는 빌린 돈은 수입으로 책정된다는 안내를 받았다”고 말했다.

강씨 사례처럼 상당수의 기초생활수급자들이 사적으로 돈을 빌렸다는 이유로 지원금이 줄어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파악됐다. 관할구청에서 수급자의 계좌 내역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아 취약계층에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제도적인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기초수급자가 1년 이내에 타인으로부터 6차례 이상 돈을 받을 경우 해당 금액은 수입으로 책정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수급자가 차용증 등 객관적인 자료를 제출해야 한다. 하지만 수급자 대부분은 5만원 안팎의 소액을 여러 사람에게 빌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매번 차용증을 작성하는 것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강씨를 담당했던 구청 관계자는 “시스템상의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출금내역을 보지 않고 입금내역만 있으면 무조건 수입으로 처리된다”며 “입출금 내역을 보여줘도 부정 수급자가 많기 때문에 까다롭게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제도를 잘 아는 기초수급자들은 입금내역에 남지 않는 카카오페이나 현금으로 돈을 빌린다”며 “이런 부분까지 소득으로 파악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순둘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강씨의 경우 제도를 남용한 것도 아니고 필요에 의해서 돈을 빌리고 갚았기 때문에 이런 일들이 수급을 받는 데 영향을 끼치면 안 된다”며 “부정수급자를 방지하려는 방안이긴 하지만 증빙을 간소화하거나 현실에 맞춰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변경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차민주 기자 lal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