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얼굴에 주름을 그리는 로봇

입력 2025-11-07 00:10

로봇 철이는 ‘B0319’라는 번호만 있던 로봇이다. 알전구를 만드는 공장에서 일하기 시작하면서 ‘로봇 철이’라는 이름을 얻는다. 사람들과 늘 함께 출근하고 퇴근하며 하나가 된다. 계절마다 사람들과 함께하며 사람들 속에 스며든다. 사람들은 늙어 간다. 늙음은 얼굴의 주름으로 나타난다. 늙을 수 없는 로봇 철이는 스스로 얼굴에 주름을 그린다. 그렇게라도 사람들과 함께하고 싶다. 로봇 철이도 이제 떠나야 할 시간이 된다. 삐리리~소리와 함께 어느 날 몸이 점점 느려지기 시작하더니 완전히 멈춰버렸다. 사람들은 로봇 철이의 주름 위에 눈물을 떨군다. 마지막 순간, 처음으로 ‘가슴’이 열린다. 사람들의 기억 속에 그는 ‘주름이 있던’ 로봇 철이로 남는다. 색채 없이 펜 끝으로만 완성한 그림에서 따뜻함이 전해진다. 인간과 함께하고 싶어했던 로봇을 통해 인간다움이란 무엇인지, 무엇이 인간을 아름답게 만드는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든다.

맹경환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