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인공지능(AI)에 잠식당할 것 같은 불안이 억누른다. 모든 것이 AI로 대체된다면 결국 인간이란 무엇인가, 무엇을 할 수 있느냐는 질문이 따라다닌다. 책은 불안 속에 한 줄기 빛같이 느껴진다. 논리와 데이터로 무장한 AI보다 인간이 앞선, 인간만이 가진 고유의 힘이 있다는 주장에 위안을 받는다.
미국 미시간대학에서 신경과학을 전공하고 예일대학에서 문학 박사 학위를 받은 저자는 직관, 상상력, 감정, 상식 등 AI가 결코 구현할 수 없는 인간의 사고방식이 존재한다는 것을 밝히고, 이를 ‘고유지능(Primal Intelligence)’으로 명명했다. 그간의 연구 결과를 집대성하면서 고유지능이 무엇인지 설명하고, 고유지능을 강화할 수 있는 훈련법도 덧붙였다.
저자는 현대 사회가 인간의 ‘지능’을 잘못 정의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시작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지능은 대부분 ‘논리’에 대한 능력으로 정의된다. 저자는 논리를 “컴퓨터로 자동화할 수 있는 기계적 연산”으로 풀어 다시 정의한다. 논리에는 데이터가 필요하지만 현실에서는 늘 데이터가 부족하다. 우리의 뇌는 정보가 거의 없거나 아예 없어도 부족한 정보 속에서도 현명하게 행동할 수 있는 ‘비논리적 지능’을 발달시켰다. 이것이 바로 고유지능이다. 저자는 “이 지능은 데이터에 의존하는 AI의 회로보다 수백만 년 앞서, 원시시대의 우리 조상에게 미지의 세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능력을 부여하며 진화해 왔다”면서 “우리의 뇌를 논리라는 관점에서 보는 것은 세뇌의 결과”라고 단언한다.
고유지능을 하나씩 살펴보자. 직관은 의식적으로 생각하지 않고도 아는 것을 의미한다. 논리가 볼 수 없는 삶의 숨은 규칙을 찾아낸다. 직관의 힘은 예외적인 것을 간파하는 데서 나온다. 빈센트 반 고흐는 빨강과 초록이 가장 강렬한 색상 조합이라는 기존의 논리 패턴에서 초록-보라의 대비라는 예외를 직관하고 새로운 규칙을 만들어 냈다. 논리는 예외를 생각하지 않는다. 반대로 분류하고 판단한다. 논리의 최고 발명품인 컴퓨터는 예외적인 정보를 처리하지 못한다. 예외를 만나면 어물쩍 건너뛰고 원래 정해진 틀로 돌아가 버린다. 저자는 논리에 짓눌린 직관의 능력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아이처럼 모든 것을 새롭게 보라”고 조언한다. 아이들은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예외로 생각하는 본능이 있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우리의 뇌는 느리게 탐구하기 전에 빠르게 판단해 버린다. 저자는 “‘왜’라고 물으며 판단하려는 충동을 억제하고 ‘언제, 어디서, 무엇을’을 차근차근 물어보라”고 말한다.
상상력은 눈으로 볼 수 없는 것을 보는 능력이다. 존재하지 않는 미래를 창조할 수 있다. 상상력의 본질은 이야기를 통해 생각하는 것이다. 저자는 논리와 이야기의 차이를 풀어간다. 논리는 개연성을 계산하고, 이야기는 가능성을 창조한다. 개연성이 과거의 통계를 통해 미래의 확률을 계산할 수 있다면, 가능성은 지금껏 일어난 적이 없지만 환경의 법칙에 어긋나지 않기 때문에 발생할 수 있는 사건을 설명할 수 있다. 저자는 가능성의 이점에 대해 “과거에 잘되던 방법에 머무르지 않고 미래로 도약해 기회를 잡게 하고, 믿을 만한 데이터가 많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불확실성 속에서 주도적으로 행동할 수 있게 한다”고 말한다. 정보가 빈약하면 컴퓨터는 오류를 일으키겠지만 인간은 이야기를 통한 상상으로 모호한 환경 속에서도 적응할 수 있다는 얘기다.
감정은 다양하다. 희망과 기쁨과 같은 긍정적 감정이 있고 두려움과 분노 같은 부정적인 것이 있다. 저자는 “감정은 내면을 들여다본다”면서 “인생 계획이 흔들릴 때 그것을 진단하는 도구이자 방향을 잃지 않게 만드는 나침반”이라고 말한다. 인생 계획이 순조롭다고 느껴지면 계속하고, 뭔가 잘못됐다고 느껴지면 조정하게 된다. 감정은 똑똑하게도 중요한 정보를 제공한다. 예를 들어 두려움이라는 감정은 ‘당신에게는 계획이 없다’는 정보를 주고, 분노는 ‘계획이 하나뿐’이라는 위험신호다.
상식은 인간과 AI를 구별하는 결정적인 능력이다. 국어사전은 ‘사람들이 보통 알고 있거나 알아야 하는 지식’으로 정의하지만 저자는 ‘내가 모른다는 것을 아는 인간만의 능력’이라고 재정의한다. 챗GPT는 종종 거짓말을 한다. AI는 지금 아는 것이 원래부터 알던 것이고, 앞으로도 전부일 것으로 생각한다. 자신이 모른다는 사실을 모르기 때문에 어이없는 실수를 하고 답을 꾸며내기도 한다. 반면 인간의 상식은 ‘알려지지 않은 미지의 것’을 감지할 수 있다. 저자는 “상식은 우리에게 진로를 바꿀 시점을 알려주고 수많은 방향 중에 현재 상황에 가장 적합한 미래의 갈림길을 선택하게 한다”면서 “불확실성 속에서 현명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이유”라고 말한다.
책은 훈련으로 되살린 고유지능을 통해 리더십, 의사결정, 소통, 혁신 등 실용적인 분야에 적용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도 제시한다. 마지막 2개 장에는 고유지능의 과학적 근거와 저자 자신이 신경과학자에서 셰익스피어를 만나 고유지능 연구를 시작한 계기와 인간의 잠재력을 발견하는 과정이 소개된다. 끝부분에는 자신의 고유지능의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자가 진단 체크리스트도 실려 있다.
⊙ 세·줄·평 ★ ★ ★
·AI가 절대 따라올 수 없는 인간만의 고유지능의 비밀을 파헤친다
·불확실한 시대에 인간다움의 지혜를 다시 묻는다
·마지막 2개 장부터 읽기를 권한다
·AI가 절대 따라올 수 없는 인간만의 고유지능의 비밀을 파헤친다
·불확실한 시대에 인간다움의 지혜를 다시 묻는다
·마지막 2개 장부터 읽기를 권한다
맹경환 선임기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