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하나님의 일터] “신앙과 삶이 연결되는 ‘일터 선교 플랫폼’ 만들어 갈 것”

입력 2025-11-08 03:05
이풍현(맨 오른쪽) 페이버스 글로벌팀장과 사내 신우회 ‘페이버스 서포터즈’ 직원들이 최근 서울 강남구 삼봉빌딩 본사에서 열린 모임에서 양손을 흔들며 인사하고 있다. 페이버스 제공

창립 40주년을 맞은 직원 900여명 규모의 인사관리 전문 회사. 국내 7곳과 해외 3곳의 지사를 운영하며 글로벌 HR그룹을 표방하는 이 회사의 이름 페이버스(FAVORs)는 ‘은혜를 전하는 사람들’이란 뜻을 갖고 있다.

“비즈니스로 사람을 살리겠다”며 이 회사를 창립한 민병도 회장의 신앙 고백을 담은 이름이다. 사훈으로 삼은 고린도전서 1장 10절 말씀처럼 일터 속 예배공동체를 지향하며 외국인 유학생들을 섬기는 사역도 펼치고 있다. 민 회장은 5일 국민일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단지 제품이나 서비스를 파는 기업이 아니라 정직과 섬김, 나눔을 파는 기업이 되고자 한다”며 “먼저 베푸는 것이 곧 우리 경영의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창업 실패 통해 찾은 사명

민 회장은 대학 졸업 후 삼성전자에 입사했지만 3년 만인 1985년 과감히 회사를 나와 창업의 길에 나섰다. 그러나 더 큰 도전을 해보겠다던 열정과 자신감은 교만이었고 첫 창업은 실패로 돌아갔다. 인생의 방향이 완전히 바뀐 건 그때였다. 같은 해 여의도순복음교회를 다니던 누나의 권유로 예수 그리스도를 만나면서다. 그는 “신앙을 가지며 삶의 중심이 새로워졌다. 기도 중에 하나님께서 비즈니스를 통해 사람을 살리라는 사명을 주셨다는 확신이 들어 순종하게 됐다”고 회상했다. 그에 따라 휴먼 라이프케어 컴퍼니(Human Lifecare Company)를 지향하며 재단을 통해 장학사업, 사회공헌, 해외 선교 등 다양한 나눔 활동을 이어간다.

민 회장은 “사업의 방향은 성령님이 앞서 행하시고 펼쳐주시는 길을 기도와 말씀으로 분별하며 따라간다”며 “단순히 경영에 성경 원리 적용을 넘어 일터가 영적 생명이 자라고 열매 맺는 터전이 되어야 한다는 믿음으로 이끌고 있다”고 말했다.

예배로 숨 쉬는 일터
지난해 11월 연탄봉사에 참여한 신우회 직원들의 단체사진. 페이버스 제공

페이버스의 사내 신우회 ‘페이버스 서포터즈’가 단단한 사내 신앙공동체로 자리 잡은 건 당연한 결과다. 월요일 임원 아침 예배, 화요일 기도회, 수요일 신우회 등 정기적인 예배는 물론 분식점 운영 수익을 통한 후원사업, 연탄 나눔, 농어촌 교회 봉사 등 실천적 나눔도 활발하다. 신앙 유무를 떠나 전 직원이 함께할 수 있는 문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크리스천 문화사역자를 초청하는 등 사내에서도 자연스럽게 복음을 전하는 사역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 서울 강남구 삼봉빌딩 본사, 점심시간을 이용해 모인 신우회 회원들은 샌드위치와 음료를 나누며 “가장 예지력이 뛰어난 사람은? 미리암” “예수님 승천을 네 글자로? 주가상승” 같은 성경 퀴즈로 웃음을 터뜨렸다. 이어 전무의 기타 반주에 맞춰 찬양 ‘꽃들도’를 부르고, 출애굽기 18장 21절 말씀을 묵상하며 ‘하나님이 쓰시는 사람’을 주제로 기도했다.

신우회 모임을 주도하는 사람은 이풍현(40) 글로벌팀장이다. 불교 가정에서 자란 그는 2년 전 회사 워크숍에서 창립자의 신앙 이야기를 듣고 처음으로 교회를 다니기 시작했다. 이후 신앙이 삶의 개인적 위로를 넘어 공동체와 실천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꼈다. 그러던 중 지난해 서울 용산구의 한 교회에서 만나게 된 키르기스스탄 출신 청년들을 통해 외국인 유학생들이 언어·문화·취업 장벽 속에 고립돼 있음을 목격했다.

페이버스가 외국인 유학생과 이주민 지원사업을 추진하게 된 계기다. 이 팀장은 대학가 앞 외국인 유학생 교회를 찾아가 한국어 교육 봉사와 무료 취업 컨설팅 등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올해는 아예 외국인 유학생 출신 인재로 구성된 ‘글로벌팀’이 신설됐다. 이 팀의 핵심 사업 ‘글로벌 스카우팅’은 취업 및 비자 컨설팅, 생활 지원, 커뮤니티 운영 등을 통해 유학생의 한국 정착을 돕는 것이다. 지난달에는 중앙아시아 출장 중 정부가 운영하는 한국어·한국문화 교육기관 세종학당을 찾아 현지 청년들에게 한국 취업 비법을 전하기도 했다.

“낯선 땅 청년들에게 복음과 일터를”

이를 통해 무료 취업 컨설팅을 받은 외국인 유학생은 지금까지 30여명이다. 이 중 7명이 국내 취업에 성공했고 3명은 페이버스에 입사했다. 무슬림 국가에서 신앙 박해를 경험하다 한국에 온 아나라(가명·27)씨는 페이버스에 입사해 글로벌팀에서 마케팅 업무를 맡고 있다. 그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기업들이 철수하면서 중앙아시아 청년들의 취업이 많이 어려운데, 이곳에서 늘 마음으로만 품고 있던 외국인 청년들을 돕게 돼 감사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직원 자말(가명·27)씨는 “저 역시 취업 상담을 통해 입사했고 신우회 모임을 통해 믿음을 배우고 있다”면서 “한류 열풍과 세계적 영향력이 커지는 한국에 대한 외국인 유학생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어 이런 사업이 의미가 큰 것 같다”고 말했다. 요셉(가명·28)씨는 “외국인 청년들이 한국식 이력서나 면접 문화를 잘 몰라 취업에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런 지원 프로그램이 실제로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민 회장은 외국인 유학생 지원사업에 대해 “페이버스가 추진하는 HR, 즉 사람을 세우는 일과 깊이 연결돼 있다”며 “낯선 환경 속 외국인 청년들이 자신의 가능성과 소명을 발견하도록 돕고, 일터 속 신앙과 삶이 연결되는 일터 선교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이 팀장도 “이주민과 유학생을 돕는 일의 궁극적 목적은 그들이 모국으로 돌아가 크리스천 리더로 성장하는 것”이라며 “기업이 선교의 장이 되고 복음이 일터를 통해 흘러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수연 기자 pro11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