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침마다 자전거를 타고
지나는 개울에
몸을 담그고
정수리만 겨우 내놓은 돌이 있다
아침마다 나는
그 녀석이
자라 등처럼 가뜬히 잠겨 들어가거나
왜가리 어깨처럼
훌쩍 날아가버리지나 않았나
눈을 맞춘다
어떤 때는 청거북이가 거기 엎드려
땡볕에 늘어지기도 하고,
한쪽 다리를 들고
까무룩
왜가리가 졸음에 겹고,
꼬마물떼새가 와서 총, 총, 총, 똥을 싸고 간다
봄비에 물이 불면
머리꼭지까지 잠겨서
숨이 차지나 않을까 더듬어 찾기도 하고,
가뭄에 정강이까지 다 드러나면
목이 마르지나 않을까
흘끗거리다가
다른 자전거와 부닥치기도 한다
녀석은 홀연 몸도 바꾸지 않고
길가에 내놓은 의자가 되거나
툭 터진 뒷간이 되거나
그늘에 엎드린 평상이 되거나
변신의 달인이라 할 만한데,
하루나 두어달
까맣게 한눈팔고 다니는 동안에도
물속 깊이
어느 돌 밑으로 잠겨 들어가거나
산 너머 날아가버리는 일은 없다
그렇지만 나는 녀석이 어느 날
지느러미발이 돋아서
청거북이와 어울려 헤엄쳐 가거나
날개가 돋쳐서
청둥오리와 더불어 훨훨 가버리지나 않을까
눈때를 묻힌다
-정철문 시집 '식당 칸은 없다'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