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80년 8월 ‘조찬기도회’ 연례 국가조찬기도회와 무관

입력 2025-11-08 03:06
국가조찬기도회가 우려와 비판 속에서 모두의 기도회로 거듭나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사진은 국가조찬기도회 모습. 국민일보DB

㈔대한민국국가조찬기도회 이봉관 회장과 이배용 부회장이 윤석열 전 대통령 부인 김건희씨에게 금품을 제공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지난 4일 열리기로 했던 연례 국가조찬기도회가 열리지 못하는 등 비판 여론이 강하게 일고 있다. 그러면서 1980년 8월 6일 신라호텔에서 한국교회 지도자 23명이 참석한 ‘전두환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 상임위원장 초청 국가와 민족을 위한 조찬기도회’가 연례 국가조찬기도회였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는 국가조찬기도회를 비판할 때마다 전가의 보도처럼 인용됐다.

하지만 이 전두환 초청 조찬기도회는 연례 국가조찬기도회와는 무관하다. 당시 기도회는 보안사 군목이었던 문만필 목사가 기독교대한성결교회(기성) 총회장을 역임한 정진경 목사의 도움을 받아 추진한 기도회였다. 전두환 초청 조찬기도회는 문 목사(기성 소속)의 사회로 조향록·김지길·정진경 목사, 김인득 장로가 기도했다. 설교는 한경직 목사가 맡았으며 전두환 국보위위원장은 인사말을 했다. 그때 MBC와 KBS가 생방송을 했는데 방송사들은 ‘전두환 상임위원장을 위한 기도회’라는 자막을 내보냈다. 이후 녹화방송을 두 차례 더 내보냈는데 전두환 국보위위원장을 홍보하기 위한 신군부의 작품이었다.

그렇다면 연례 국가조찬기도회는 언제 열렸는가. 그동안 80년에는 열리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필자가 당시 언론보도를 찾아본 결과 제12회 연례 국가조찬기도회는 ‘서울의 봄’ 때인 80년 5월 1일 오전 8시 신라호텔에서 개최됐다. 그 기도회는 한기원 목사가 기도(설교를 언론이 잘못 표기한 것으로 보임)했으며 민관식 국회의장직무대리, 이영섭 대법원장, 신현확 국무총리 등 3부 요인과 김영삼 신민당 총재, 신두영 감사원장, 주영복 국방부장관, 이규현 문공부장관, 위컴 주한 유엔사령관 등이 참석했다.

한편 최규하 대통령은 사실상 국정을 장악하고 있던 전두환 국보위 상임위원장의 압력으로 8월 16일 하야했다. 그리고 전두환 위원장은 80년 8월 27일 치러진 통일주체국민회의 대의원에 의한 ‘체육관 선거’(보궐선거)에서 제11대 대통령으로 당선돼 9월 1일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제11대 대통령에 취임했다.

이어 9월 30일 신라호텔에서 1300여명의 각계 지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대통령 취임 축하 조찬기도회가 열렸다. 그날 예배는 홍현설 목사의 사회로 최훈 목사가 ‘대통령을 위하여’, 김희택 목사가 ‘국가와 민족을 위하여’, 조향록 목사가 ‘국군 장병을 위하여’ 각각 기도했다. 김인득 장로의 성경봉독, 선명회 합창단 찬양, 강신명 목사가 설교를 했다. 김정호 목사는 전 대통령에게 성경책을 증정했다. 축도는 한경직 목사가 맡았다.

이후 제13회 연례 국가조찬기도회는 이듬해인 81년 5월 14일 신라호텔에서 열렸다. 이태섭 의원의 사회로 유호준 목사가 개회사를 했다. 개회기도는 이영수 목사가 맡았다. 구약성서 봉독은 나석호 의원, 신약성서 봉독은 오홍석 의원이 각각 했다. 횃불회 합창단의 찬양에 이어 곽선희 목사가 설교했다. 특별기도는 오경린·이봉성 목사가 했다. 축도는 김주오 목사가 맡았다. 조찬감사기도는 김순배 사령관이 담당했다.

48년 제헌국회는 이승만 임시의장의 사회로 이윤영 의원(목사)의 기도로 시작됐다. 이후 65년 2월 27일 김영삼 정일형 김종필 박현숙 의원 등 여야 의원 20여명이 한국대학생선교회(CCC) 설립자인 김준곤 목사와 함께 국회조찬기도회를 시작했다.

그러다가 이듬해인 66년 3월 8일 국회조찬기도회가 중심이 되어 국가조찬기도회를 개최했다. 당시 김영삼·김종필 여야 의원과 노기남 대주교 등이 순서를 맡았다. 나중에는 김수환 추기경도 참석했다. 국가조찬기도회가 정교유착을 위한 것이었다면 야당 국회의원이나 김수환 추기경 등은 참석하지 않았을 것이다.

올해 국회조찬기도회는 창립 60주년, 국가조찬기도회는 59주년을 맞았다. 어느 단체나 사역이든 공과(功過)가 있기 마련이다. 이 모두 안고 가야 할 역사다. ㈔대한민국국가조찬기도회는 연례 국가조찬기도회에 대한 비판을 폭넓게 수렴해 개선해야 한다. 그래서 모두의 사랑을 받는 국가와 지도자를 위한 기도회로 거듭나야 한다. 한국교회는 이 소중한 기도회의 역사를 계승할 책임이 있다.

김철영 목사 (한국기독교공공정책협의회 상임대표·세계성시화운동본부 사무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