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차 한국을 찾은 일본인 모녀가 음주운전 사고를 당해 모친이 사망한 사건이 최근 발생하는 등 국내 외국인 범죄 피해가 끊이지 않고 있다. 국내 외국인 범죄 피해는 교통사고와 강력범죄 등 유형을 가리지 않고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국내 치안 전반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자칫 한국 이미지뿐 아니라 관광산업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5일 경찰청과 이성권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국내에서 범죄 피해를 입은 외국인은 2023년 2만8048명에서 2024년 3만951명으로 1만명 가까이 증가했다. 올해는 8월까지 2만9391명이나 돼 연말까지 4만명을 넘어설 가능성이 높다.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23년부터 최근까지 외국인 범죄 피해는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일본인 모녀 참변 같은 교통범죄 피해를 당한 외국인은 2023년 1579명에서 지난해 1718명으로 8.8% 증가했다. 올해 8월까지는 1169명이 피해를 봤다. 이는 도로교통법 위반, 음주운전 등의 범죄로 인해 피해를 본 외국인 수를 집계한 것이다.
강력범죄도 증가하고 있다. 살인범죄로 인한 외국인 피해자는 2023년 55명에서 2024년 69명으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강간의 경우 피해자는 781명에서 801명으로 늘었다. 사기 등 지능범죄 피해자는 7475명에서 1만920명으로 급증했다. 외국인 간 범죄가 근절되지 않은 점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4월 대구 달서구에서는 인도네시아인 남성 B씨가 흉기로 같은 국적 C씨를 살해한 사건이 발생했다.
전문가들은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지원 체계를 강화해 국내 치안 시스템의 사각지대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관광지 중심의 통역 서비스와 지원 체계를 점차 넓혀가는 정책이 병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음주운전 사고 등 예기치 못한 범죄에 대해서는 처벌 강화만으로는 예방 효과를 보기 어렵다”며 “외국인 보호는 내국인 안전의 연장선에 있기 때문에 예방 중심의 안전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건수 백석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피해자 보호는 형사처벌은 물론이고 정신적 고통과 물질적 피해에 대해서도 피해자가 알아서 해야 하는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질적인 지원 방안을 마련하지 않을 경우 한국이라는 관광상품 이미지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한편 만취 상태로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동대문역 사거리에서 운전하다 일본인 모녀를 친 30대 남성 서모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이 이날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렸다. 검은 모자를 눌러쓰고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법원에 출석한 서씨는 ‘유족에게 할 말 있느냐’는 기자들 질문에 작은 목소리로 “죄송합니다”라고만 답했다. 서씨는 소주 3병을 마신 채 1㎞가량 운전한 것으로 조사됐다.
유경진 조민아 이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