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美 ‘로봇·기계 관세’ 움직임에… 韓 업계 “동맹국은 빼달라”

입력 2025-11-06 00:15
국내 최대 규모의 전문 로봇 전시회인 ‘2025 로보월드’가 5~8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개최된다. 전시회를 찾은 시민들이 권투하는 로봇을 구경하고 있다. 윤웅 기자

국내 주요 로봇·기계 기업들이 미국 정부에 “동맹국의 로봇·기계를 관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해달라”는 의견을 공식으로 전달했다. 미국 정부가 ‘산업용 로봇·기계에 대한 관세 부과 검토’ 움직임을 보이자 대응에 나선 것이다.

5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협동로봇 분야 1위인 두산로보틱스는 최근 미국 상무부에 보낸 의견서에서 “한국의 로봇 제조업체들은 미국의 제조 경쟁력 강화, 자동화 효율성 제고, 공급망 안정성 확보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며 “신뢰할 수 있는 동맹국으로부터의 수입품인 만큼 추가 무역 제한이나 관세 부과 대상이 되어선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두산로보틱스가 이 같은 의견서를 낸 것은 미 행정부가 로봇·산업기계 등으로까지 품목별 관세 부과 대상 확대를 추진 중이기 때문이다. 미 상무부는 지난 9월 무역확장법 232조에 근거해 로봇·산업기계·의료기기 등의 수입이 미국 국가 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다고 밝혔다. 조사는 산업용 로봇과 컴퓨터 제어 기계 시스템을 포함해 스탬핑·프레싱 장비, 절단·용접 기계, 금속 가공용 특수 장비 등으로 폭넓게 진행된다. 상무부는 최대 270일 이내에 백악관에 정책 권고안을 제출하고, 조사 결과에 따라 대통령이 관세 부과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위아공작기계도 “관세나 추가 부담을 부과하면 미국 제조업체의 생산비용과 설비 투자 비용이 급격히 증가할 것”이라며 “이는 설비 현대화 지연과 기술 투자 위축으로 이어져 오히려 미국 산업경쟁력에 역행한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관세 부과가 오히려 미국 제조업체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될 거란 논리다.

한국인공지능(AI)·로봇산업협회는 이와 관련해 “지난해 기준 미국 산업용 로봇 수입의 약 66.5%가 일본 독일 한국 캐나다 덴마크 등 미국의 주요 동맹국으로부터 이뤄지고 있다”며 “이들 국가는 모두 ‘바세나르 협정’을 준수하고 있어 기술 이전이나 안보 위협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고 밝혔다. 바세나르 협정은 회원국 간 이중 용도 기술, 상품 수출을 규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협회는 미국에서 관세를 부과하면 한국 로봇 기업의 미국 내 투자가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두산로보틱스의 경우 2022년 미국법인을 설립한 데 이어 지난 7월에는 미국 로봇 솔루션 기업 ‘원엑시아’를 인수했다. 또 미국 메인 대학과 협력해 로봇 교육센터를 운영하는 등 현지 투자도 확대하는 중이다. HD현대로보틱스는 미국의 AI 기반 휴머노이드 로봇 전문기업 ‘페르소나 AI’와 손잡고 조선 용접용 휴머노이드 개발에 협력하고 있다.

해외에선 중국 유럽연합(EU) 캐나다 일본 등 주요 교역국이 관세 부과 반대 의견서를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로봇·기계 등에 대해 미국이 관세를 부과한다면 대미 수출 확대 전략에 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