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가 사라졌어요”… 플랫폼 뒷짐에 업주·이용자들만 갈등

입력 2025-11-06 00:16 수정 2025-11-06 00:17

서울 강서구에 사는 30대 직장인 A씨는 최근 한 배달 플랫폼에 “음식이 기대 이하였다”는 취지의 후기를 남겼지만 며칠 뒤 자신이 올린 글이 사라진 것을 알았다. A씨가 플랫폼 측에 항의하자 해당 리뷰는 30일이 지나 복구됐지만 그동안 쌓인 신규 리뷰 탓에 그의 후기글은 사실상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중개형 플랫폼의 ‘리뷰 차단’ 기능을 두고 소비자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업주에게 일방적인 차단 기능이 부여돼 있다는 것이다. 이용자와 업주 간 갈등을 중재해야 할 플랫폼 사업자가 문제 해결 대신 리뷰 차단이라는 손쉬운 방법을 택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최대 배달대행 앱인 배달의민족은 업주의 게시 중단 요청이 있으면 고객 리뷰를 최대 30일간 차단하는 ‘리뷰 블라인드 정책’을 운영하고 있다.

배달의민족 측이 소비자 리뷰를 차단하며 내세운 법적 근거는 정보통신망법상 임시조치다. 임시조치란 시시비비가 가려지지 않은 온라인 게시글에 대해 우선 다른 이용자들에게 글이 노출되지 않도록 가리는 것이다. 일종의 가처분 조치로 볼 수 있다.

문제는 임시조치 제도를 악용하는 업주들에 대한 비판이 늘고 있다는 점이다. 임시조치된 게시글은 새로운 리뷰가 계속해서 등록됨에 따라 지속적으로 하단으로 밀려난다. 30일 뒤 문제없는 리뷰로 인정돼 복구되더라도 사실상 리뷰에 노출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별도 이의신청이 없으면 30일 뒤에는 아예 리뷰가 삭제된다.

이런 현상은 플랫폼 업체들이 게시글을 일방적으로 가리는 대응법을 택한 영향이 크다. 업주와 소비자의 갈등을 중재하는 대신 리뷰 자체를 차단하는 것이 플랫폼 업체 입장에서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기도 하다. 업주도 부정적 내용의 후기를 다수에게 계속 노출하는 것보다 특정 소비자의 불만 내지 민원을 감내하는 게 이익이다. 실제 차단 조치된 후기를 보면 명백히 악의적인 게시글도 있지만 정당한 문제 제기나 불만 표현을 담은 내용도 상당수다.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 측은 이와 관련해 “리뷰 차단은 욕설 및 비방 등의 표현으로 인한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라며 “고객의 리뷰를 임의로 삭제하거나 차단하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반대로 배달 플랫폼이 확인되지 않은 리뷰를 여과 장치 없이 광범위하게 노출해 ‘리뷰 테러’를 방치한다는 비판을 받은 경우도 있다. 영수증이나 결제 내역 등을 인증해야 리뷰 작성이 가능한 네이버와 달리 카카오의 경우 카카오맵에서 누구나 업소에 대한 리뷰를 올릴 수 있도록 설계했다. 이 때문에 부정확한 소문이 퍼져 특정 식당이 악성 댓글과 낮은 평점에 시달리는 등 부작용이 종종 발생하기도 했다. 논란이 커지자 카카오는 업주가 후기를 미제공 상태로 바꿀 수 있도록 하고 업소 근처에서 촬영한 사진을 업로드한 이용자만 후기 작성이 가능토록 제한하는 등 서비스 개선 조치를 검토하기로 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