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지현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대표팀이 내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를 앞두고 첫 실전 점검에 나설 준비를 마쳤다. 한층 젊어진 대표팀은 이번 주말 시작되는 체코·일본과의 4연전 평가전 전승을 목표로 내세웠다.
34명 전원 완전체를 이룬 대표팀은 5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마지막 훈련으로 담금질을 마쳤다. 지난 2일 처음 소집된 대표팀은 한국시리즈(KS)를 치른 LG 트윈스와 한화 이글스 선수들의 휴식으로 이틀간 반쪽 훈련을 소화했다. 류 감독은 “어제부터 이틀간 모두가 한자리에 모이니 집중도가 훨씬 높아졌다”고 말했다.
대표팀은 오는 8∼9일 같은 장소에서 체코와, 15∼16일 도쿄돔에서 일본과 각각 두 차례 맞붙는다. 내년 3월 열릴 WBC를 앞둔 모의고사 성격이다. 체코와 일본은 본선 1라운드에서 우리와 같은 C조에 속해 있다.
무엇보다 국제 대회 규정을 미리 익힐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WBC에서는 KBO리그에 도입된 자동투구판정시스템(ABS)이 적용되지 않는다. 피치 클록 역시 주자 유무에 따라 15∼18초로 운영돼 리그보다 5초가량 짧다. ABS에 익숙한 국내 투수진이 ‘인간 심판’의 볼 판정에 얼마나 빠르게 적응할지가 관건이다. 체코와의 1차전 선발로 예고된 곽빈(두산 베어스)은 “2년간 ABS에 적응돼 어려움이 있겠지만, 야구 본래의 영역으로 돌아가는 것이기 때문에 큰 걱정은 없다”고 말했다.
WBC 엔트리 승선을 노리는 젊은 선수들에게는 눈도장을 찍을 절호의 기회다. 박해민, 박동원(이상 LG), 최재훈(한화)을 제외하면 대부분 20대 초중반 선수로 구성됐다. 최종 엔트리가 30명으로 축소되는 WBC에서는 해외파와 대표팀 주전급 선수들이 합류하는 만큼, 이번 평가전에서의 활약이 중요하다.
대표팀 주장 박해민은 전승을 다짐했다. 그는 “가벼운 마음으로 이번 경기에 임하는 선수는 없을 것”이라며 “최근 대표팀의 국제대회 성적 부진을 잘 알고 있다. 네 경기 모두 승리하겠다”고 강조했다. 선수들의 의욕도 어느 때보다 뜨겁다. 노시환(한화)은 “국가대표로 뽑혀 영광스럽다. 타순을 가리지 않고 맡겨주신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변수는 컨디션이다. 시즌이 끝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선수들의 피로가 누적된 상태다. 특히 포스트시즌을 치른 선수들은 회복 기간이 더 짧은 상황이다. 류 감독은 “지금 시기는 감독이 욕심을 부리면 안 되는 때”라며 “선수들의 몸 상태를 최우선으로 고려하겠다”고 설명했다.
최원준 기자 1j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