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 “비호감 극복, 지상 과제”… 과반 득표 실패 ‘탄핵 대선’ 반성

입력 2025-11-05 18:53
정청래(가운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5일 국회에서 열린 제21대 대통령선거 백서 발간 시연회에서 백서를 들어보이며 최고위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민주당은 자당에 대한 국민적 비호감을 지난 대선 과반 득표 실패의 원인으로 꼽았다. 이병주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자당에 대한 국민적 비호감을 지난 대선 과반 득표 실패의 이유로 진단했다. 정책·실적보다 정치적 공방에 집중해 온 양태가 정치 양극화를 낳았고, 비상계엄 사태에 따른 탄핵 대선이라는 유리한 지형에서 압승을 거두지 못한 결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이번 국정감사에서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등에서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모습이 노출되는 등 합리·중도층에서의 경쟁력을 갉아먹는 모습을 잇달아 보여주고 있다.

민주당은 5일 당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 21대 대선 백서에서 “선거 막판 보수 지지층 결집은 국민의힘의 일관된 ‘이재명 네거티브’ 전략의 효과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 정치 양극화로 인해 민주당에 대한 비호감도가 대단히 높았음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실제 올해 초부터 매주 진행된 전국지표조사(NBS)에서 ‘정권교체’ 응답은 40%대 후반에서 높게는 57%까지 집계된 반면 이재명 당시 민주당 후보의 지지율은 한 번도 과반을 기록하지 못했다.

49.4%대 41.2%라는 양당 후보의 득표 결과를 표면적으로 받아들여선 안 된다는 평가도 나왔다. 8.3%를 얻은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까지 고려할 때 진보 대 보수 구도는 20대 대선 때보다도 박빙이었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자당에 대한 거부 정서의 원인으로 정치 양극화와 민생·정책 실종을 지목했다. 백서는 “정치 양극화는 민생 이슈보다 정치 이슈, 이념 이슈가 확대 재생산된 결과”라며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정책으로 삶의 질을 향상함으로써 민주당에 대한 거부감을 극복하고 국민적 신뢰를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일관된 실용주의 기조가 대선 승리의 주요 요인이었다는 분석과도 연결된다.

민주당은 청년층 남성 유권자층에서 나타난 열세를 대표적 약점으로 꼽았다. 출구조사로 나타난 20, 30대 남성 지지율은 각각 24%와 37%로 같은 연령대 여성보다 크게 낮았다. 백서는 “2030세대가 직면한 고통과 이들의 정치적 선택의 차이에 대한 구체적이고 면밀한 분석을 통해 2030세대가 체감할 수 있는 정책적 대안을 제시해 신뢰를 구축해야 한다”고 짚었다.

지역 구도 극복 실패에도 냉정한 진단이 내려졌다. 지역적으로는 경기도와 호남 정도에서만 확실한 우위를 보였다는 것이다. 백서는 “정치 양극화는 구조화돼 있고, 이는 계엄과 탄핵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의 안정적 승리 기반이 아직 구축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고 총평했다.

당내에서는 3대 개혁(검찰·언론·사법 개혁)과 내란 청산이 전면에 부각된 현 기조에서 중도 실용주의 전략으로 얼마나 부드럽게 전환하는지에 따라 내년 지방선거와 재·보궐선거 성패가 갈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정청래 대표는 발간 행사에서 “부족했던 점은 보완하고 잘했던 것은 발전시켜 다음 선거에는 더 효율적이고 체계적으로 임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송경모 기자 s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