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첫 GDP 절반 넘은 순대외자산… 해외투자 쏠림… 원화 약세 부작용

입력 2025-11-06 00:19

‘서학 개미’ 등 민간의 해외 투자가 크게 늘면서 순대외자산이 국내총생산(GDP)의 절반을 넘어섰다. 대규모 해외 투자가 대외건전성을 높이는 효과도 있지만 해외로의 투자 쏠림이 원화 약세 등 부작용도 초래할 수 있다.

한국은행은 5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순대외자산 안정화 가능성 평가 및 시사점’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 3분기 처음 흑자로 전환한 한국의 순대외자산은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지난해 말에는 순대외자산 규모가 1조 달러를 돌파하면서 GDP 대비 비율이 58.8%로 역대 최고를 경신했다. 지난 6월 기준 GDP 대비 비중은 55.7%(1조304억 달러)로 소폭 내려왔다.

순대외자산이란 국내 경제 주체가 해외에 보유한 주식·채권 등 대외금융자산에서 해외에서 한국에 투자한 대외금융부채를 뺀 것이다. 한은은 최근 증가세를 국내 거주자의 해외 증권투자가 주도했다고 봤다. 이희은 한은 해외투자분석팀 과장은 “인구 고령화 등에 따른 국내 자산 수익성 저하, 연기금 등의 대규모 해외 투자 등이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순대외자산 증가는 대외건전성 강화라는 긍정적 측면이 많다. 유사시 해외 보유 자산을 매각해 국내로 유입시킬 수 있어 대외 충격에 대한 ‘방파제’ 역할을 한다. 문제는 순대외자산의 ‘적정 수준’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한은은 국민소득·인구구조 등 기초 요건을 바탕으로 한 GDP 대비 균형 순대외자산 비율을 2023년 기준 30% 수준으로 분석했다. 반면 지난 6월 해당 비율(55.7%)은 이를 한참 웃돈다.

다만 적정 수준을 넘긴 순대외자산은 역효과를 낳는다. 대표적 부작용이 최근 1400원대 중반의 고환율에 일조한 ‘원화 약세’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현재 환율은 외국인 투자가 아닌 내국인 해외투자에 의해 좌우되고 있다”면서 “외국으로 빠진 게 (외국인 국내 투자의) 3~4배”라고 말했다.

순대외자산이 공공부문이 아닌 연기금·가계·기업 등 민간부문을 중심으로 늘고 있는 점도 문제다. 외환시장 변동에 대한 완충 역할을 하는 준비자산·은행 등 공공부문의 외화자산 규모는 오히려 정체되고 있다. 국내 자본시장에 대한 투자 기반이 약해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한은은 순대외자산 증가세가 당분간 쉽게 꺾이지 않을 것으로 예측했다. 연기금의 해외 투자 등 증가 요인이 단기적으로는 해소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 과장은 “국내 주식 시장의 투자 여건을 개선하고, 연기금의 국내 투자를 활성화하는 등의 조치로 과도한 해외 투자 쏠림을 완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의재 기자 sentin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