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언 모니터링”… 윤영호 재판서 쫓겨난 ‘한학자 변호인’

입력 2025-11-05 18:54
한학자 통일교 총재가 지난 9월 22일 서울중앙지법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지난 3일 오후 서울중앙지법 509호 소법정. 통일교 정교유착 의혹의 ‘내부 제보자’격인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 사건을 심리 중인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 우인성 재판장이 방청석에 앉아 있던 한학자 통일교 총재 측 변호인 등을 향해 “죄송하지만 나가 달라”고 말했다.

이날 재판부는 한 총재의 ‘해외 원정 도박’ 의혹과 관련해 회계장부를 고친 것으로 알려진 통일교 직원 김모씨의 증인신문을 진행했는데, 이 과정에서 한 총재를 대리하는 법무법인 태평양 소속 변호사와 통일교 관계자의 퇴정을 요구한 것이다. 수사 단계에서 한 총재에게 불리한 진술을 했던 통일교 직원의 증언을 한 총재 측이 ‘모니터링’하는 상황이 된다는 김건희 특검 측 지적을 감안한 조치였다.

특검은 “제 앞의 변호인은 피고인 한학자의 개인 법무법인 변호사로 안다”며 “증언이 모니터링되면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데 어려운 점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한 총재 측 변호인은 태평양 소속임을 밝히며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도 (대리)하고 있다. (방청을) 허락해 달라”고 말했다.

특검은 그러나 “한 총재 범죄의 피해자가 가정연합”이라며 “이해상반자가 공동연합이라고 증언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피의자’인 한 총재와 ‘피해자’인 통일교 측이 서로 이해충돌 관계라는 의미였다. 특검은 “통일교 구조상 (증인) 김씨는 하위직에 있는 사람이고 한 총재 측 변호인의 참여는 부적절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한 총재 측은 윤 전 본부장 재판 초기부터 공소장 등 소송기록 확보에도 적극적으로 나선 것으로 파악됐다. 특검 수사 단계에서 한 총재 측을 대리했던 법무법인 대륙아주는 윤 전 본부장 재판이 시작되자 통일교 측 ‘피해자 변호사’로 선임계를 내고 지난 8~9월 수차례 소송기록 열람·복사를 신청했다.

이는 통일교가 한 총재와 윤 전 본부장의 교단 자금 횡령 등 범죄에 대한 피해자 지위인 점을 활용한 전략으로 평가됐다. 서초동의 한 중견 변호사는 5일 통화에서 “태평양은 공판 과정을 실시간 모니터링하고, 대륙아주는 소송기록을 확보하는 ‘투트랙’ 전략”이라며 “이해상충 논란을 피해가려 한 것 같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윤 전 본부장의 이달 17일 결심공판 이후 선고가 임박한 상황을 한 총재 측이 감안했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앞선 수사 단계에서 윤 전 본부장은 “한 총재 지시가 있었다”고 했고, 한 총재 측은 “윤 전 본부장의 개인 일탈”이라고 반박하는 입장이었다. 법조계 관계자는 “한 총재 측으로선 모든 방법을 다 동원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윤준식 구자창 기자 semipr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