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극단의 최고 인기 레퍼토리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이 올해 10주년을 맞아 처음으로 대극장 무대에 오른다. 오는 21~30일 1200석 규모의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관객들과 만난다.
‘조씨고아’는 중국 4대 비극 중 하나인 원나라 기군상의 동명 희곡을 극작가 겸 연출가 고선웅이 각색한 작품이다. 2015년 초연 후 6시즌 동안 명동예술극장(500석)에서 평균 객석점유율 93%, 누적 관객 3만6000명을 기록했다. 그해 동아연극상과 대한민국연극대상 등을 휩쓸며 관객과 평단을 모두 사로잡았다.
2016년에는 중국 베이징 국가화극원 대극장에서 현지 관객과 평단의 뜨거운 호응을 받으며 한류를 입힌 공연의 역수출 사례로 기록됐다. 이후 ‘국립극단에서 가장 보고 싶은 연극’ 1위로 꾸준히 꼽히며 대표작으로 자리잡았다.
작품은 진나라 대장군 도안고에게 멸족당한 조씨 가문의 마지막 핏줄을 살리기 위한 시골 의사 정영의 희생과 복수를 그린다. 정영은 조씨고아를 자신의 아들로 속여 키우고, 도안고는 그를 양아들로 삼는다. 정영은 장성한 아들에게 참혹했던 조씨 가문의 지난날을 고백하며 도안고에 대한 복수를 부탁한다.
복수의 대의, 권력의 폭주, 반복되는 응징이란 주제가 여전히 유효한 것은 원작의 힘과 함께 인물의 감정선을 섬세하고 입체적으로 재탄생시킨 고선웅의 공이 크다. 복잡한 장치 대신 텅 빈 무대 위에 몇 개의 대·소도구와 조명을 활용해 정서적 잔향을 남기는 것도 매력이다.
하성광(정영役), 장두이(도안고役), 이형훈(조씨고아役) 등 초연부터 빠짐 없이 출연한 배우들이 이번에도 함께한다. 이호재 배우가 영공 역할로 새롭게 합류한다.
고선웅 연출가는 “익숙하면서도 새롭게 읽히는 작품이 됐으면 좋겠다. 출연진과 창작진이 오랜 시간 쌓아 온 신뢰를 바탕으로 완성도 높은 결정판을 선보이려 한다”며 “앞으로 20년, 30년, 100년까지 계속 걸어 나갈 수 있는 작품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