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어지는 한·미 팩트시트… 핵추진 잠수함 막바지 변수

입력 2025-11-06 00:03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5일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이병주 기자

한·미 간 통상·안보 협상이 타결된 지 일주일이 지나도록 각 분야 합의 내용을 담은 ‘조인트 팩트시트’(JFS·합동설명자료)와 관세 인하 내용을 담은 양해각서(MOU)는 아직 발표되지 않고 있다. 정상회담을 계기로 등장한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핵잠수함) 도입 문제를 놓고 미국 내 관계 부처 간 논의가 길어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5일 “통상협상은 다 마무리됐지만, 안보 쪽 합의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라며 “팩트시트 문구를 두고 디테일을 조율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KBS라디오에서 “안보 분야만 마무리되면 (통상과) 같이 팩트시트에 사인하게 될 것”이라며 “시기는 안보 분야가 논의 중이라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밝혔다.

지난달 29일 한·미 정상회담 전까지만 해도 통상 분야는 합의점을 찾지 못한 반면, 안보 분야는 팩트시트 문서화까지 마친 상태였다. 그러나 회담 직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를 ‘구두 승인’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한국은 한·미 원자력협정상 원자력을 군사적 목적으로 활용할 수 없다. 이에 핵잠수함의 연료인 농축우라늄을 확보하기 위해선 협정을 개정하거나 핵잠수함만 예외로 두는 별도의 협정을 미국과 체결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장담에도 불구하고 상무부·국무부·에너지부 등 미국 유관 부처에선 핵비확산 체제 약화와 민감 기술 이전 등을 두고 우려를 제기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도 이날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원자력(핵)추진 잠수함과 한·미 원자력협정 등 문제에 대해 미국 정부 부처 간 조율이 필요해서 시간이 좀 지체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부처 동의와 별개로 미 의회 승인을 받아야 할 수도 있다. 이에 이번 팩트시트엔 ‘핵잠수함 관련 포괄적 협력을 추진한다’ 수준의 문구만 포함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부문에서도 일부 사안에 대한 막판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양국이 합의한 품목 관세 인하 내용은 미국 국내법상 법적 구속력이 없는 MOU에 담긴다. 이에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인하 관련 행정명령에 서명한 뒤 이를 미 관보에 게시하거나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명의의 서한을 발급하는 식의 구체적 보증을 요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항공기 부품 등 일부 품목 관세의 경우 MOU 체결 시점이 아닌 상호관세 부과 시점(8월 7일)에 소급 적용하자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는 실무적 조정 절차일 뿐 큰 틀의 합의는 완료돼 발표 자체엔 무리가 없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발표 시점을 합의해야 하는데, 미 내부 절차적·물리적 시간이 필요해 기다리는 것”이라며 “통상·안보 모두 양국 간 이견이 없어진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