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민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옐로카드’를 꺼냈다. 4일(현지시간) 치러진 ‘미니 지방선거’는 트럼프 집권 2기 들어 처음으로 주지사와 시장 등을 뽑는 주요 선거였다. 지난해 대선에서 참패했던 민주당이 이번 선거를 싹쓸이하며 반등했다. 득표율 격차도 예상보다 컸다. 애초 민주당 우세 지역이 많았다는 점을 고려해도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통행 독주에 대한 유권자들의 경고가 담겨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선거에서 유권자의 심판 여론은 승패 자체보다 득표율에서 찾을 수 있다. 뉴욕시는 원래 민주당의 아성이지만 민주당 후보 조란 맘다니의 약진은 두드러진다. 이번 선거에는 4년 전의 두 배에 육박하는 200만명 이상이 투표했고, 맘다니는 과반인 100만표 이상을 확보했다.
주지사를 새로 뽑은 버지니아와 뉴저지에서도 민주당이 지난해 대선에 비해 득표율을 끌어올렸다. 두 지역은 모두 민주당 우세 지역이어서 단순 승패보다는 민주당 후보가 공화당 후보와 얼마나 격차를 벌렸는지가 여론을 판별하는 기준이 되곤 한다.
지난해 대선에서도 민주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전 부통령이 버지니아와 뉴저지에서 모두 승리했지만 트럼프와의 격차는 6% 포인트에 불과했다.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은 다시 격차를 벌렸다. 버지니아 주지사 선거의 경우 95% 개표 기준으로 민주당 애비게일 스팬버거 후보가 57.5%를 얻어 42.3%에 그친 공화당 윈섬 얼-시어스 후보를 15% 포인트 이상 앞섰다. 뉴저지 주지사 선거에서도 95% 개표 기준으로 민주당 마이키 셰릴 후보(56.2%)가 공화당 잭 치타렐리 후보(43.25%)를 13% 포인트 앞섰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중도 성향과 국가 안보 경력을 갖춘 두 여성(스팬버거와 셰릴)은 주지사 선거에서 승리했을 뿐만 아니라 예상보다 훨씬 큰 격차로 이겼다”며 “이들은 모두 생활비 절감을 핵심 공약으로 내세우는 동시에 상대 후보들을 트럼프 및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운동과 연결해 비판했다”고 분석했다.
민주당은 캘리포니아주 연방하원 선거구 임시 조정안인 ‘2025년 캘리포니아주 제안 제50호’ 주민투표에서도 승리했다. 선거구 경계를 조정해 공화당에 유리한 지역을 민주당에 유리한 지역으로 바꾸는 게리맨더링(자의적 선거구 조정)이다. 트럼프가 텍사스주에서 공화당의 연방하원 의석을 늘리기 위해 선거구 조정에 나서자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맞불을 놓은 것으로, 유권자 65%가 해당 조정안에 찬성했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