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샤넬백 두 개 받았다” 결국 시인… 대가성은 부인

입력 2025-11-05 18:54
김건희 여사가 지난 8월 12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마친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뉴시스

김건희 여사가 통일교 측이 건넨 샤넬백 두 개를 건진법사 전성배씨를 통해 받은 사실을 결국 인정했다. 전씨가 재판에서 샤넬백과 목걸이를 전달했다고 기존 진술을 뒤집자 김 여사도 어쩔 수 없이 입장을 바꾼 것이다. 다만 6000만원 상당의 그라프 목걸이를 받았다는 혐의는 부인했다. 김건희 특검은 “수사와 공판에서의 (김 여사의 기존) 입장이 모두 거짓됐다는 뜻”이라며 혐의 입증에 자신감을 보였다.

김 여사는 5일 변호인단을 통해 입장문을 내고 “전씨로부터 두 차례 가방 선물을 받았다”고 밝혔다. 김 여사 측은 “처음에는 가방을 거절했으나 전씨의 설득에 끝까지 거절하지 못했다”며 “선물들은 사용한 바 없이 과거에 전씨에게 모두 반환했다”고 덧붙였다. 이어 “부적절한 처신으로 국민 여러분께 실망을 안겨드린 데 대해 깊이 반성하고 있다”고 사과했다.

하지만 그라프 목걸이는 받은 적 없고, 통일교로부터 받은 청탁도 없다고 강변했다. 김 여사 측은 “청탁은 김 여사에게 전달되지 않았고, 무엇보다도 대통령의 구체적 직무 권한과 무관하다”며 “특검이 주장하는 청탁이 알선수재죄의 구성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특검은 김 여사가 부인한 나머지 혐의 역시 입증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박상진 특검보는 이날 브리핑에서 “고가의 명품을 그냥 줄 리는 없지 않느냐는 게 상식적 질문”이라며 “(청탁 혐의가) 충분히 입증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특검은 김 여사 측이 지난 3일 제출한 보석 신청을 기각해 달라는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할 계획이다.

법조계에서는 김 여사의 뒤늦은 수수 사실 인정이 보석 심판과 양형 주장을 염두에 둔 재판 전략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혐의를 부인하면 증거인멸 우려가 계속 존재한다고 판단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일부 사실을 인정하면서 재판부에 보석 필요성을 강조하려고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유죄가 인정되는 경우에도 늦게라도 인정하면 양형상 참작될 수 있기 때문에 그런 점도 고려됐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재판장 우인성) 심리로 열린 김 여사 재판에서는 그의 미래에셋증권 계좌를 관리했던 전 직원 박모씨가 “도이치모터스 (주식 매매) 때 특이한 거래들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증언했다. 박씨는 “평소에는 전혀 그러지 않았는데 그때(도이치모터스 관련 20억원 거래 때)만 자금이 좀 크게 들어왔다”고 답했다. 거액을 한 종목에만 투자한 건 주가가 오를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있었거나 가격 변동을 유도하기 위한 목적이었을 수 있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오는 14일까지 증인신문을 마무리하고 서증조사 등은 26일까지 마치겠다고 밝혔다. 계획대로 재판 진행 시 이르면 이달 말 재판이 마무리되고, 올 12월~내년 1월 사이 선고가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윤준식 양한주 기자 semipr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