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인도서 아이폰17 생산장비 첫 공급… 애플과 더 밀착

입력 2025-11-06 00:48
LG 제공

LG전자가 인도에 있는 애플 아이폰 생산 공장에 제조 장비 공급을 시작했다. LG디스플레이와 LG이노텍이 그간 애플에 디스플레이와 카메라 모듈 등 아이폰 부품을 공급해 왔지만, LG전자가 아이폰 완제품 생산에 제조 장비를 공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인도 경제 매체 이코노믹타임스는 5일 LG전자 생산기술원이 폭스콘, 타타 일렉트로닉스, 페가트론이 운영하는 인도 공장에 애플 아이폰17 자동화 제조 공정용 장비를 공급했다고 보도했다. 구체적인 물량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애플이 인도에서 아이폰 생산 비중을 늘리는 상황을 감안하면 장비 물량도 상당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애플은 대중(對中) 관세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중국에서 인도로 아이폰 생산 기지를 옮기고 있다. 아이폰17 시리즈부터는 모든 모델을 인도에서 생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애플은 지난해 4월부터 올해 3월까지 전 세계 생산의 약 20%에 해당하는 220억 달러(약 32조원) 규모의 아이폰을 인도에서 조립했다.

애플의 인도 생산 비중 확대에 따라 LG전자의 장비 공급도 계속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애플의 까다로운 품질 기준을 충족하며 장비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경우 추후 다른 공장으로 장비 공급을 확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도에서 아이폰을 생산하는 공장은 모두 5곳이다. LG전자 인도법인이 현지 증시에 성공적으로 상장한 데 이어 애플과의 협력을 강화하면서 인도에서의 사업 영역 확장이 본격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LG전자 생산기술원의 사업 확장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LG전자 생산기술원은 아이폰 생산 설비 같은 일반적인 생산 장비와 설비 외에도 스마트팩토리, 고대역폭메모리(HBM) 하이브리드 본딩 등 다양한 산업에서 영역을 확장하는 중이다. 특히 스마트팩토리 분야는 올해 목표 수주액인 4000억원을 거의 달성했으며, 2030년까지 외판 매출액 조 단위 이상의 사업으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조주완 LG전자 CEO는 최근 아시아태평양경제협의체(APEC) 최고경영자(CEO) 서밋에서 인텔 고위 경영진과 만나 스마트팩토리 솔루션 관련 협업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LG전자는 지난해 베트남 호찌민의 인텔 반도체 공장을 방문해 반도체 칩셋 생산 수율 향상을 위한 스마트팩토리 솔루션 등을 제안했다. LG전자 관계자는 “전통적 가전 회사 이미지를 탈피해 새로운 분야에서 제조 역량을 수익화하는 전략을 본격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