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자본주의의 수도로 불리는 미국 뉴욕에서 자신을 ‘민주적 사회주의자’로 규정한 조란 맘다니(34) 민주당 후보가 시장에 당선됐다. 선거 직전까지만 해도 무명에 가까운 뉴욕주 하원의원이던 맘다니는 아파트 임대료 안정화와 무상버스 등 파격적인 진보 공약으로 기성 정치에 실망한 유권자들을 사로잡았다. 내년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미국 진보 진영뿐 아니라 기성 정치권 전반에 상당한 파급력을 미칠 전망이다.
맘다니는 4일(현지시간) 치러진 뉴욕시장 선거에서 무소속 후보로 나선 앤드루 쿠오모 전 주지사와 공화당 커티스 슬리와 후보를 큰 표 차이로 제치고 당선됐다. 91% 개표 기준으로 맘다니가 50.4%를 득표했고 쿠오모는 41.6%, 슬리와는 7.1%에 그쳤다. 맘다니는 1969년 시장 선거 이후 처음으로 100만표 이상을 득표한 후보가 됐다.
인도계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맘다니는 최초의 무슬림 뉴욕시장, 19세기 이후 최연소 시장이라는 기록도 세웠다. 맘다니는 승리 연설에서 “나는 아무리 나이 들려고 해도 여전히 젊다. 나는 무슬림이고 민주적 사회주의자다. 이 모든 것에 대해 결코 사과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는 내년 1월 1일 공식 취임한다.
이번 선거 결과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권위주의적 통치에 대한 유권자들의 경고음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폴리티코는 “트럼프의 극단적 보복 성향의 2기 행보가 처음으로 선거에서 제동이 걸렸다”며 “유권자들이 중요한 선거에서 그에 대한 강한 반대 의사를 나타낸 것”이라고 짚었다.
맘다니 역시 연설에서 “트럼프, 당신이 보고 있다는 거 안다. 네 마디만 하겠다. 볼륨을 더 키워라(Turn the volume up)”고 말했다. 또 트럼프의 이민 단속 정책을 겨냥해 “오늘 밤을 기점으로 뉴욕시는 이민자가 이끄는 도시가 됐다. 이 도시는 여러분의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는 자신의 고향인 뉴욕에서 ‘정치 신인’에게 일격을 당한 셈이다.
민주당은 뉴욕시장뿐 아니라 주요 선거에서 승리했다. 버지니아 주지사 선거에선 민주당의 애비게일 스팬버거 전 연방 하원의원이 공화당의 윈섬 얼-시어스 부지사를 꺾었다. 현 주지사 글렌 영킨은 공화당 소속이어서 민주당이 주지사를 탈환하게 된 셈이다.
뉴저지 주지사 선거에서도 민주당 마이키 셰릴 연방 하원의원이 공화당의 잭 치타렐리 전 뉴저지주 의원을 누르고 당선됐다. 두 주지사 선거 모두 민주당 후보가 완승하면서 지난해 대선 참패의 수렁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던 민주당이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는 선거 결과가 발표된 직후 트루스소셜에 “‘트럼프가 투표용지에 없었고 셧다운(연방정부 일시 업무 정지)이 있었던 것이 오늘 밤 공화당이 선거에서 진 두 가지 이유였다’고 여론조사 전문가들이 말했다”고 적었다. 이번 선거는 자신의 국정 운영에 대한 평가가 아니었다는 주장이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