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반 바퀴 도는 올림픽 영상… LG유플 “무결점 중계 도전”

입력 2025-11-06 00:47
LG유플러스 직원이 5일 경기도 안양 사옥 방송중계 상황실에서 내년 2월 이탈리아 밀라노 동계올림픽 중계에 쓰일 장비를 점검하고 있다. LG유플러스 제공

지난 4일 LG유플러스의 경기도 안양 사옥 7층 방송중계 상황실. LG유플러스 직원이 올림픽 방송중계용 장비에서 수신 케이블 하나를 뽑자 일반 전송 화면에서 재생되던 농구 경기 영상이 곧바로 멈췄다. 실제 올림픽 중계였다면 대형 방송 사고가 발생한 셈이다. 반면 ‘히트리스 프로텍션’ 기술이 적용된 그 옆 화면은 끊김 없이 영상이 이어졌다. 이동일 LG유플러스 방송중계팀 책임은 “히트리스 기술은 특정 회선에 장애가 생겨도 즉시 다른 회선을 이용하는 구조”라며 “대륙과 해안을 거치는 국제 회선에 문제가 생겨도 안정적인 서비스 제공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LG유플러스는 내년 2월 이탈리아 밀라노 동계올림픽에서의 ‘무결점 중계’를 위해 관련 시스템 고도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LG유플러스는 2021년 도쿄 올림픽, 지난해 파리 올림픽에 이어 밀라노 올림픽에서도 국내 단독으로 중계 회선을 제공할 예정이다. 자사 유선 플랫폼 서비스가 집약된 안양 사옥이 중계 컨트롤타워 역할을 한다.

밀라노에서 촬영된 경기 영상은 국제방송센터(IBC)와 각국 해저케이블을 거쳐 LG유플러스 안양 사옥까지 약 2만㎞를 이동한다. 지구 반 바퀴를 도는 긴 여정에는 해저케이블 손상, 정전 등 수많은 변수가 존재한다. 실제 올림픽 기간 동안 평균 40~60회의 케이블 컷(방송신호 단절)이 발생해 왔다.

LG유플러스는 순간적인 끊김 현상까지 원천 차단하기 위해 3단계 시스템 구축에 나섰다. 먼저 밀라노에서 안양 사옥까지 이어지는 해저케이블을 4원화한다. 지중해·인도양·남중국해를 거치는 경로와 대서양·미국·태평양을 거치는 경로에 각 두 개씩의 회선을 확보했다.

여기에 적용된 기술이 히트리스 프로텍션이다. 주 회선과 예비 회선에서 전송되는 신호를 모두 수신하며 실시간으로 패킷을 분석해 한쪽 회선에서 장애가 감지될 경우 곧바로 다른 회선으로 전환하는 원리다. 이와 함께 각 시스템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담당 인력 전원에게 장애 알림 메시지를 자동 발송하는 시스템도 구축한 상태다.

LG유플러스는 4개 회선 모두가 끊기는 초유의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중계가 가능하도록 ‘플랜B’ 방어 체계도 구축했다. 밀라노 현지 인터넷망에서 보안 스트리밍 기술 ‘SRT(Secure Reliable Transport) 프로토콜’을 활용해 영상을 보내는 것이다. SRT 프로토콜은 오류가 발생해도 재생이 끊기지 않도록 데이터를 자체 보정 및 재전송해 안정적인 중계가 가능하다.

최후 방어선으로 ‘MNG(Mobile News Gathering) 장비’도 대기한다. MNG는 약 1kg 무게의 ‘백팩형’ 네트워크 장비로, 유선 서비스가 불가능한 경우 현지 기지국 모바일망에 연결해 필요한 영상 신호를 무선으로 긴급 송출하는 방식이다. 정하준 LG유플러스 유선플랫폼운영담당은 “앞선 올림픽 경험을 바탕으로 국제 이벤트 중계 분야에서 LG유플러스의 역량을 다시 한번 입증하겠다”고 말했다.

안양=양윤선 기자 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