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배송을 법으로 금지하자는 주장에 가장 반발한 건 택배기사들이었다. 민주노총 산하 전국택배노동조합이 지난달 여당 주도의 사회적 대화 기구에서 노동자 건강권을 이유로 이를 제안하며 논쟁이 가열됐는데, 며칠 전 새벽배송 택배기사 93%가 “새벽배송 금지에 반대한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아이러니하게도 “새벽배송이 더 편하다”는 게 이유였다. 길도 안 막히고, 주차도 쉽고, 엘리베이터도 한가해 일하기 좋은데, 낮에는 쉬니 근무시간이 더 길지도 않으면서 더 많은 수수료를 받는다는 것이다. 많은 응답자가 택배노조 주장을 “현장을 모르고 현실을 무시한 발상”이라 했다. 관료사회의 ‘탁상 행정’ 같은 ‘탁상 노동운동’이라고 꼬집는 말이었다.
노동계가 한목소리로 새벽배송 금지를 말하는 것도 아니다. 한국노총은 새벽배송 규제는 기사의 생계와 직결되니 노동자 선택권을 보장해야 하고, 과로 문제는 다른 각도에서 접근하자고 주장한다. 결국 민주노총의 독자적 제안인 셈인데, 민주노총 택배노조는 전체 택배기사의 10%도 안 되는 조합원을 가졌다. 대표성에 의문이 제기될 상황이지만, 정작 택배기사들이 반대하는 이들의 제안이 장시간 근로 문제를 논의하는 사회적 대화에서 다뤄지게 됐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이에 대해 “소비자도 고려해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각계 의견을 두루 들어야겠지만, ‘규제’란 관점에서도 이 문제를 바라보기를 권한다. 반도체 연구원의 주 52시간, 대형마트 영업 제한, 타다 금지법 등 새벽배송 금지와 비슷한 동기에서 시작된 숱한 규제가 역효과를 낳아 경제의 걸림돌이 돼 왔다. 모든 규제는 선의에서 비롯되겠지만 많은 규제가 ‘뽑아야 할 전봇대’나 ‘손톱 및 가시’로 변질됐고, 그걸 바로잡기는 너무 어려워서 보수 진보 가릴 것 없이 역대 정부마다 ‘규제 개혁’을 외쳐야 했다. 그런 규제를 또 하나 만들려는 건 아닌지 정말 신중히 고민해야 할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