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무면허 공유 킥보드 사고가 끊이지 않으면서 이들 스타트업에 수천억원을 투자한 대기업과 금융사의 투자금 회수 가능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공유 킥보드에 대한 사회적 반감이 거센 데다 국회에서 공유 킥보드를 전면 금지하는 ‘킥라니(킥보드+고라니) 금지법’이 발의되면서 증시 상장(IPO) 난도가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서 영업을 하는 공유 킥보드 스타트업 더스윙, 지바이크, 빔모빌리티코리아, 피유엠피 등은 주요 대기업과 금융사에 수백억원에서 1000억원대의 투자금을 받았다. 이들은 모두 비상장사로 기업가치 2000억~3000억원을 인정받으며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공유 킥보드 ‘스윙(SWING)’ 운영사 더스윙은 1세대 벤처기업 휴맥스를 비롯해 해시드벤처스 사제파트너스 등 벤처캐피탈(VC)이 투자했다. 전동 킥보드 ‘지쿠(GCOO)’를 운영하는 지바이크는 현대자동차와 미래에셋벤처투자, 유안타인베스트먼트, 유진자산운용, BNK벤처투자 등 대기업과 금융사들의 돈을 고루 받았다. ‘씽씽(SING SING)’을 운영하는 피유엠피도 SK㈜와 KB인베스트먼트, 신한캐피탈 등에서 투자금을 받았다.
공유 킥보드 스타트업 투자에는 성장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공유 킥보드는 지하철역과 버스 정류장에서 내려 최종 목적지까지 이동하는 ‘마지막 구간(라스트 마일)’을 해결할 수 있는 수단으로 여겨지고 있다. 더스윙은 지난 5월 말에도 85억원의 추가 투자를 받으며 인기를 확인했다.
이처럼 수천억원의 자금이 투자됐지만 상장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공유 전동킥보드 운행을 전면 금지하는 ‘킥라니 금지법’이 지난달 31일 발의되는 등 규제 여론이 높기 때문이다. 해당 법안은 ‘개인형 이동장치’로 분류된 전동킥보드의 법적 지위를 전면 삭제하고, 운행을 금지하는 것이 핵심이다. 법안을 대표발의한 김소희 국민의힘 의원은 “법은 있지만 작동하지 않고, 제도는 있지만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현실을 멈춰야 한다”고 말했다.
해당 법안 통과 시 공유 킥보드 스타트업은 상장 문턱을 넘기 힘들다. 기업의 계속성과 사업성 측면에서 높은 점수를 얻기 어렵다. 거래소 관계자는 “법에 따라 본업이 중단된다면 상장 예비 기업뿐만 아니라 이미 상장된 기업도 별도 상장 실질 심사를 받아야 할 상황이 된다”고 설명했다. 앞서 프랑스 파리와 스페인 마드리드, 호주 멜버른 등도 사고와 시민 불편을 이유로 공유 킥보드를 전면 퇴출한 바 있다.
사회적 반감도 문제다. 최근 잇따른 킥보드 사고로 이들 스타트업은 청소년의 무면허 운전을 사실상 방조하면서 책임은 지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서울시가 전국 최초로 마포구 홍대 레드로드(1.3㎞)와 서초구 반포 학원가(2.3㎞) 구간에서 ‘킥보드 없는 거리’를 시범 운영한 결과 해당 지역구 시민 98.4%가 구간 확대에 찬성했다.
이광수 기자 g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