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장중 1450원을 ‘터치’하며 약 7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불확실성과 월가의 미국 증시 고평가 우려가 달러화 강세를 자극했다.
5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가격은 전 거래일보다 11.50원 오른 1449.40원을 기록하며 1450원 턱밑에서 주간 거래를 마쳤다. 주간 거래 종가기준으로 지난 4월 11일 이후 최고치다. 오후 3시28분쯤에는 1450원을 넘어서며 역시 직전 장중 최고가인 4월 11일의 1457.20원 이후 가장 높게 뛰었다.
원화 가치가 하락한 근본적인 이유는 강달러 때문이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의미하는 달러인덱스가 전날 100.22를 기록해 지난 5월 20일(100.12) 이후 약 5개월 만에 100선을 다시 돌파했다.
전문가들은 연준의 다음 달 금리 인하가 불확실해지면서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심리가 위축되고 반대로 안전자산인 달러화 가치가 급등했다고 분석한다. 미 연방정부의 셧다운(업무 일시 정지) 기간이 역대 최장기간(35일)을 넘어선 것과 연방대법원의 관세 관련 판결도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미 투자은행 골드만삭스 등은 미 주식의 조정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 ‘다카이치 트레이드’로 엔화 약세가 지속되는 점도 달러 강세를 부추기고 있다. 달러 대비 엔화 가격은 전날 기준 연중 고점인 지난 1월 9일(158.38엔) 대비 2.64% 내린 154.20엔을 기록했다.
원화 가치 하락은 국내 주식시장에도 영향을 미쳤다. 이날 외국인투자자는 코스피에서 2조5100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다만 문다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셧다운이 해제되고 고용 둔화 시그널이 재확인되면 원·달러 환율은 다시 하락 전환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편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외환보유액은 4288억2000만 달러로 집계돼 9월 말(4220억2000만 달러) 대비 68억 달러 증가했다. 운용수익 증가와 외화 외평채 신규 발행으로 5개월 연속 증가했다.
장은현 이의재 기자 e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