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실용과 통합 강조한 대선백서, 지금 민주당과 반대 아닌가

입력 2025-11-06 01:30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5일 국회에서 열린 제21대 대통령선거 백서 발간 시연회에서 지난 대선의 의미와 백서 발간의 의의를 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5일 발표한 제21대 대선백서를 곱씹어보면 민주당이 가야 할 길이 보인다. 백서는 민주당과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에서 승리한 이유에 대해 계파와 이념을 아우르는 통합 메시지로 국민 신뢰를 얻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또 ‘먹사니즘’을 비롯해 국민에게 가장 중요한 먹고 사는 문제에 집중한 덕분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정치 양극화가 심각한 상황에서 실용주의를 내걸고 특정 이념의 대표자가 아닌 국민의 대표자로서 이미지를 부각했다고 밝혔다. 비록 선거를 이겼지만 기대와 달리 과반 득표에 실패하고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가 41%나 득표한 것에 대해선 “민주당에 대한 비호감도가 대단히 높았기 때문”이라며 진단했다.

백서의 분석은 상당 부분 고개가 끄덕거려진다. 그 분석은 민주당이 정치를 어떻게 해나가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방향타이기도 하다. 하지만 여당이 근래 보여주고 있는 모습은 그런 방향과는 많이 동떨어져 있다. 계파와 이념을 초월한 통합 행보를 찾아보기 어렵고, 국민 삶에 중요한 민생 문제에 집중하고 있는지도 의문이다. 비호감도를 낮추려 하지는 않고 호감도가 추락하든 말든 아예 신경도 안 쓰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민주당은 그런 노력을 기울이는 대신 오히려 강성 지지층을 바라보고 ‘현직 대통령 재판중지법’을 추진하려다 비판 여론이 커지자 철회하는 소동을 빚고, 사법부 압박이나 법왜곡죄 도입 등 시급한 민생 현안이 아닌 일들에 과하게 힘을 쏟고 있는 모습이다. 상임위원회에서도 협치는커녕 강성층이 좋아할 만한 쇼맨십 정치로 걸핏하면 야당과 부딪치기 일쑤다. 국민들은 여당 의원이 국정감사 기간 피감기관으로부터 자녀 결혼 축의금을 받아 분노하고 있는데, 대변인은 “축의금을 돌려주는 의원은 처음 봤다. 죄 없는 자가 있으면 돌로 치라”고 두둔하고 있는 게 당내의 풍경이다.

민주당이 그렇게 시끄럽게 정치를 하고 국민의 생각보다 진영의 눈치를 더 살피며, 거대여당이면서 소수야당과 똑같이 대결만 해서는 국민 다수의 마음을 얻기 어렵다. 그런 소모적 정치는 지속가능하지도 않다. 민주당이 이번에 백서가 나온 것을 계기로 스스로를 제대로 돌아보고 국민 통합과 먹고 사는 민생의 정치, 정치 양극화를 줄일 수 있는 타협의 정치로 대전환하기 바란다. 지금 바로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내년 지방선거를 치른 뒤에는 아주 우울한 내용의 백서를 써야할지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