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회, 지원 원칙 필요”… 교회 회복 플랫폼 역할을

입력 2025-11-06 03:01
게티이미지뱅크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 부산동노회(노회장 신관우 장로)는 지난 10여년간 교회동반성장사업을 통해 약 29억원을 지원했다. 그러나 같은 기간 새로 세워진 교회는 없었다. 노회의 공적 역할과 재정 지원 방식이 실제 교회 생태계에 기여하고 있는지 의문이 제기됐다.

이런 문제의식 속에 부산동노회는 최근 자체 조직 컨설팅을 시행했다. 노회의 예산 운용, 목회자 인식, 재정 구조 등을 다각도로 진단했다. 조사는 목회데이터연구소(목데연·소장 지용근) 주관으로 2022~2024년 3개년 노회 예산과 집행내역 분석, 노회원(목사 70명, 장로 50명) 대상 설문조사 등을 실시했다.

조사에 따르면 노회원들의 예산 관심도는 39.2%, 예산 이해도는 20.9%로 나타났다. 또 ‘노회 예산 가운데 낭비 항목이 존재하는가’라는 질문에 응답자 70%가 동의했다. ‘예산 구조가 적절하다’는 응답도 11.7%에 불과했다. ‘노회 예산이 충분히 공개되어 있다’(23.3%) ‘예산이 알기 쉽게 전달된다’(22.5%)는 응답은 20%대에 머물렀다.


노회원들은 지출을 늘려야 할 항목으로 다음세대 교육비(37.5%)와 자립대상교회 지원비(25.8%)를 가장 많이 꼽았다. 반대로 줄여야 할 항목으로는 행정운영비(77.5%)를 지목했다. 노회원 78.3%는 “지원 대상 선정과 금액, 기간에 대한 명확한 원칙이 필요하다”고 응답해 예산 배분 기준에 대한 개선 요구가 컸다.

목데연은 이에 “개별 교회는 예배 친교 교육 전도 선교 등의 사역을 집행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노회는 개별 교회가 이런 사역을 더 잘하도록 지원하고 개별 교회가 하기 어려운 사역을 연합해 추진하도록 지원하고 촉진하는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며 “예산 집행 후 중단기 목표 대비 예산 효율성을 평가해 다음 회기에 반영하는 피드백 과정을 가질 것”을 조언했다.

신관우 노회장은 5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노회라는 조직에는 주인이 없다. 예산을 세우고 쓰면 그걸로 끝나는 구조”라고 지적하면서 “결과에 대한 피드백이 없고, 누가 책임을 지지도 않는다. 이런 구조에서는 노회가 정체되는 것은 물론 변화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신 노회장은 “지원금이 목회자 생활비로만 들어가고 그것이 너무 당연하게 여겨졌다. 많게는 15년, 20년씩 지원을 받아도 자립이 되지 않고 교회는 계속 줄어들고 있다”면서 “성도들의 피땀으로 모인 헌금인데 투명하게 쓰이지 않으면 교인들은 반감을 갖고 교회의 선한 영향력을 잃게 된다”고 전했다.

부산동노회는 내년 예산부터 개선안을 반영하고 공청회를 통해 구조 개편을 추진할 계획이다. 신 노회장은 “선택과 집중으로 1개든 2개든 교회를 살리는 모델을 만들겠다”며 “그런 성공 사례가 생기면 교회들도 자발적으로 협력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노회가 행정을 넘어 공교회 회복의 플랫폼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송용원 장로회신학대 조직신학 교수는 “노회는 단순한 서류 창구가 아니라 그리스도의 은혜를 나누고 서로에게 책임을 지는 공적 생태계”라고 말했다. 그는 “종교개혁가 장 칼뱅에게 교회 정책의 목표는 ‘교회의 건설’이었고, 이를 위해 직무 서열보다 동료 간 연대와 복수 사역을 강조했다”며 “노회가 공동선을 세우는 실제적 장이 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송 교수는 노회가 나아갈 방향으로 개인의 카리스마가 아닌 팀 사역 중심의 동료성 회복, 헌금 사용 공개와 지원 기준·사후 평가 제도화, 선택과 집중을 통한 교회 상생 모델 구축 등을 제시했다. 그러면서 “훈련과 질서를 세워 사회에도 공공성을 보여야 한다”며 “노회가 함께 식별하고 함께 책임지는 공동체가 될 때, 공공성은 추상이 아니라 지역 교회 사이에 흐르는 실제 질서가 된다”고 강조했다.

김동규 기자 k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