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부 없는 교회, 연합예배로 답 찾다
지난달 26일 서울 용산구 녹사평 광장. 가을바람 속에 기타 소리가 울려 퍼지고 ‘하나님이 너를 엄청 사랑하신대’라는 찬양이 거리 위에 울려 퍼졌다. ‘오직 은혜 예배(Sola Gratia Worship)’를 뜻하는 SG연합예배 현장이었다. 교단이 다른 청년 40여명이 모여 찬양하고 말씀을 나눴다. 이날 설교를 맡은 이성형 시멘트교회 목사는 “성취에도 불구하고 채워지지 않는 공허함은 하나님과의 단절 때문”이라며 “그 문제를 해결하실 분은 오직 예수님뿐”이라고 전했다.
주최자 박시온 산성교회 전도사는 “주변에 청년부 예배가 없는 작은 교회들이 많았다”며 “청년들이 역할 부담 없이 온전히 예배만 드릴 수 있는 자리를 만들려고 지난 1월부터 연합예배를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박 전도사는 지역교회 목회자들에게 직접 전화를 돌리며 연합예배의 뜻을 전했고, 현재는 서울 양천구 에바다선교교회(김용우 목사), 함께가는교회(고성욱 목사) 등 6개 교회가 순회 형식으로 매달 마지막 주 토요일에 열리는 예배를 주관한다.
연합예배 초반엔 박 전도사가 홀로 모든 준비를 도맡았지만, 곧 다른 교회 청년들도 찬양팀에 자발적으로 참여하기 시작했다. 지난여름에는 연합청년부 수련회까지 열리며 어엿한 신앙 공동체로 발전하고 있다.
다만 성도 이동에 대한 우려나 교단 차이 등 때문에 교회 밖에서 모이는 것을 여전히 부담스러워하는 분위기는 아직 풀어야 할 과제다. 박 전도사는 이런 시선에 대해 “교회 이름을 내려놓고 예수 그리스도를 중심에 두려는 시도”라며 “지금 시대를 살아가는 다양한 개성을 가진 청년들은 오직 예수님의 뜻으로 하나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 도봉구와 강북구 일대에선 교회 간 경계를 넘어선 청년연합 ‘유플레임(U-Flame)’이 있다. 예배자 본연의 자리로 돌아가려는 지역 청년들이 모여 자발적으로 꾸린 예배하는 공동체로 너(You)가 불꽃(Flame)이라는 뜻을 담았다.
기독교대한성결교회 소속 한사랑교회(박규태 목사)와 수유리교회(임응순 목사)가 2019년 청년부 감소를 고민하던 가운데 처음 연합예배를 준비, 코로나19로 미뤄졌다가 2022년 본격적으로 출범했다. 현재는 믿음교회(송유석 목사) 복된국제교회(톰슨 에브라임 목사) 등 5개의 지역교회가 함께하고 있다.
유플레임은 ‘성령이 인도하시는 대로’라는 원칙 아래 모인다. 대표도 없고, 찬양팀과 예배 장소도 각 교회 청년들이 자발적으로 구성한다. 수유리교회 청년 임다빈(21)씨는 “유플레임을 통해 처음으로 예수님을 인격적으로 만나면서 청년부 안에서 진짜 공동체를 경험했다”고 고백했다. 박규태(65) 목사는 “같은 교단이나 지방회보다 연합의 영성이 더 중요하다”며 “누가 중심인지 정하지 않아도 성령께서 예배를 인도하시기에 예배마다 은혜가 넘친다”고 말했다.
청년들이 원해 세워진 연합의 장
제주 서귀포에서도 청년들의 열린 예배가 시도되고 있다. 윤영광 법환교회 목사가 이끄는 라이즈업(Rise Up) 찬양집회가 대표적인 예다. 주일 외에도 함께 예배하고 싶다는 청년들의 요청에 따라 2022년 10월 첫 모임을 시작한 라이즈업 찬양집회는 이후 교단과 교회 소속을 넘어 청년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예배로 확장, 매달 열리고 있다.
윤 목사는 “제주시에는 대학이 있어 청년층이 비교적 남아 있지만, 서귀포는 청년 유출이 커 청년인구 자체가 적다”며 “외곽 교회들은 거리나 인력 문제로 연합의 기회를 얻기 어렵고, 몇몇 대형교회로 청년층이 집중되는 현상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현실 속에서 라이즈업은 문턱을 낮추는 예배로 응답했다.
현재 법환교회를 비롯해 감산교회(최정호 목사), 모슬포중앙교회(정지욱 목사) 등 지역 교회들이 연합해 예배를 드리고 있다. 말씀도 지역 담임목사들이 돌아가며 전한다. 윤 목사는 “예배는 말씀과 기도, 찬양의 기본 틀에 현대적 스타일을 더한 ‘블렌디드 워십’ 형식으로 자유롭고 은혜롭게 드린다”며 “누가 중심이냐보다 청년들이 함께 은혜받는 것이 목적”이라고 강조했다.
의정부시기독교청년연합회(의기청)는 청년들이 교회 울타리를 넘어 함께 예배하고 교제할 공동체를 직접 조직한 모델이다. 2023년 11월 찬양집회를 계기로 임원을 선출하고 운영체계를 갖춘 뒤 지난해부터 매달 첫 토요일 정기집회를 갖고 있다. 시작은 의정부시기독교연합회(의기연) 청소년분과에서였다. 김주영 회장은 “코로나19 이후 청년예배가 사라진 교회가 늘어나면서 청년들이 함께 예배하고 교제할 공동체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연합예배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의기청은 지역 찬양팀 리바이벌미니스트리 제이플워십 루트워십과 협력해 집회 주제를 정하고 장소와 설교자를 섭외한다. 다만 첫 집회엔 100여명이 모였지만 현재는 20명 안팎으로 줄었다. 김 회장은 “본교회 사역이나 진로 등으로 여러 불안정한 현실이 있지만 크리스천 청년이 함께 예배하고 교제하는 공동체의 역할은 분명히 있다”고 했다.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 청년회 전국연합회는 올해로 10년째 지역 기반 청년 연합예배를 이어오고 있다. 최근에는 포항 김천 서울 제주 전남 광양 등 5개 권역에서 ‘주님만이 영원한 왕이십니다’를 주제로 종교개혁일 연합예배를 열었다. 4회째를 맞은 이번 연합예배는 각 권역의 노회 청년연합회와 기독 대학들이 함께 준비했다.
이중지 회장은 “현재 우리 교단에는 서울 대전 대구 여수 등 19개 지역 노회 청년연합회가 조직돼 있다”며 “연합예배는 각 지역 연합회가 주체가 되어 임원단과 지도목사단이 함께 꾸린다. 노회 교육자원부 예산의 지원도 받는다”고 설명했다. 청년들은 연합예배를 통해 단순한 행사 이상의 관계 공동체를 경험한다. 이 회장은 “연합은 서로를 더 나은 사람으로 여기며 사랑하는 데서 시작된다”며 “함께 예배를 준비하고 기도하며 협력하는 과정에서 배려와 섬김을 배우게 된다”고 말했다.
김수연 기자 pro11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