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IQ 세계 1위 한국인의 미국 망명

입력 2025-11-06 00:40

IQ(지능지수)는 1905년 프랑스의 알프레드 비네와 시몽이 아동의 학습능력을 평가하고 지원하기 위해 만든 검사에서 비롯됐다. IQ는 절대적 수치가 아니라 사회·문화·교육환경에 따라 달라진다. 따라서 IQ 순위로 국가 간 지능의 우열을 가리는 건 위험하다. 그럼에도 한국 국민들은 유대인들과 더불어 ‘머리가 세계에서 가장 좋은 나라’라는 자부심이 대단하다.

그 상징적 인물이 김영훈씨(36)다. 그는 2015년 SBS ‘영재발굴단’에서 104장의 포커 카드를 단시간에 외워 대중의 주목을 받았다. 이후 세계기억력대회에서 IQ 276이라는 세계 1위 기록을 작성하고 한국기록원 인증도 받았다. 미국 잡지 리더스 다이제스트는 그를 ‘역사상 IQ가 가장 높은 인물 50인’ 중 1위로 꼽았다. 신학생이기도 한 그는 두뇌훈련 기업 ‘뉴로스토리’를 세워 게임·헬스케어·에듀테크 분야로 활동을 넓혀가고 있다.

그런 김씨가 지난달 말 소셜미디어에 ‘종교적 박해’를 이유로 “기독교인이자 세계 최고 IQ 기록 보유자로서 미국에 망명을 신청한다”고 밝혀 논란이 일었다. 그가 이런 급진적 제스처를 취한 데에는 종교와 정치가 충돌하는 비이성적 현실이 자리한 것은 아닐까. 공교롭게도 지난 8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한·미 정상회담 직전 소셜미디어에 한국 교회와 미군부대에서 압수수색을 당한 것과 관련 “혁명 또는 숙청처럼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에 이재명 대통령이 팩트 체크 차원일 뿐이라고 답하면서 상황이 수습되는 듯했다.

그러나 지난 9월 선거법 위반 혐의로 손현보 목사가 구속되는 등 신앙·표현의 자유 논쟁이 그치지 않는다. 그래서 김씨의 망명 선언은 그 논쟁의 연장선에 있는 것 같다. 그의 선언을 두고 고개를 갸웃거리는 이들이 많지만, 단순히 개인의 돌출행동으로 치부할 일은 아니다. 세계 최고 지능을 자부하는 한국인들이라면 감정 대신 이성으로 문제를 바라봐야 한다. 김씨는 어쩌면 우리 사회 전체에 이렇게 질문을 던진 건 아닐까. “당신들의 IQ는 매우 높다. 그러나 그 이성은 어디에 있는가.”

이동훈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