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포럼] 2035 NDC 수송부문, 전기차만으로는 어렵다

입력 2025-11-06 00:32 수정 2025-11-06 00:32

2018년 대비 최대 67% 감축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한 목표

전기차만 늘리는 단순한 계획
‘말잔치’ 불과한 선언적 언급

도시구조·생활패턴 함께 바꿔
‘지속가능한 도시’ 비전 세워야

정부가 최근 공개한 2035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안에 따르면 수송 부문은 2018년 대비 55~67% 감축이 목표다. 이를 위해 모든 운송수단의 전동화를 핵심 전략으로 제시했다. 도로 부문에서는 무공해차 보급 확대, 교통수요 관리 강화, 연비 개선을 추진하고, 비도로 부문에서는 철도, 선박, 항공의 탈탄소 전환을 단계적으로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수송 부문 온실가스 배출의 90% 이상이 도로 부문에서 발생하는 만큼 이에 대한 방향성 있고 실현 가능한 감축 대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번 대책은 표면적으로는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전략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구체적인 이행 방안보다 선언적 비전에 머물러 있다. 특히 실현 가능성이 낮아 보이는 2030 NDC와 철학과 비전이 거의 동일하며 이행 방식에서도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예를 들어 정부는 2030년까지 전기·수소차 450만대 보급을 목표로 하고 있으나 2024년 기준 누적 보급량은 약 85만대(전체 차량의 약 3%)에 불과하다.

최근 연평균 보급량이 10여만대 수준에 그쳐 목표를 달성하려면 앞으로 매년 60만대 이상을 새로 보급해야 한다. 그러나 이에 필요한 재정지원 규모, 충전 인프라 확충 계획, 전력 수요 증가 대응 방안 등은 구체적으로 제시되지 않았다.

더욱이 지난 6년(2018~2024년) 수송 부문 온실가스 배출은 9억9800만t에서 단 1.3% 감소하는 데 그쳤다. 2023~2024년에는 오히려 감축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 이러한 실적은 현재의 전기차 중심 전략만으로는 2035년 55~67% 감축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번 2035 NDC의 수송 부문 계획은 사실상 전기차산업 육성 로드맵에 가깝다. 물론 전기차산업은 국가 성장의 중요한 축이며, 이를 지원하는 것은 필요하다. 그러나 산업정책을 그대로 온실가스 감축 전략으로 치환하는 것은 위험한 단순화다. 더 나아가 정부 계획에는 승용차 중심 교통체계를 전환하기 위한 수요 관리나 대체 교통수단 확충 전략이 매우 미흡하다.

대중교통 확충, 자전거·보행 인프라 확대, 개인형 이동수단(PMD) 같은 무탄소 교통수단 활용 등은 구체적 실행 방안 없이 선언적 언급에 머무르고 있다. 말 그대로 ‘좋은 말잔치’에 그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2022년 대비 2024년 휘발유차 주행거리가 약 3% 증가한 것은 단순한 차량 전동화 정책으로는 총 배출량 감소가 어렵다는 점을 보여준다.

정부가 제시한 2035년 NDC 시나리오별 주행거리 감소 목표 역시 현실성이 부족하다. 감축률 48% 시나리오에서는 35%, 53% 시나리오에서는 39%, 61~65% 시나리오에선 40%의 주행거리 감소를 가정하고 있다. 하지만 도시 구조나 생활 패턴 변화 없이 이러한 큰 폭의 주행거리 감축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수요관리는 단순히 ‘운행을 줄이자’는 캠페인이 아니라 도시 구조와 이동 경로를 재설계해야 달성할 수 있는 구조적 과제다.

이를 위해서는 직주근접형 도시 설계, 도심 내 복합생활권 조성, 대중교통 중심의 접근성 강화 등 공간적 전환 전략이 반드시 수반돼야 한다. 예를 들어 ‘15분 도시(15-minute city)’나 ‘자전거 친화 도시(Bicycle-friendly city 1010)’ 같은 새로운 형태의 지속 가능한 도시 모델을 적극적으로 참고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모델은 단순히 교통정책의 한 수단이 아니라 에너지 효율과 온실가스 감축, 시민의 삶의 질을 동시에 개선할 수 있는 핵심 비전이다.

결국 2035 NDC 수송 부문 계획의 근본적 한계는 ‘지속 가능한 도시’에 대한 비전 부재다. 기존 도시 교통체계를 그대로 둔 채 차량만 전기화해서는 탄소중립을 달성할 수 없다. 교통체계의 탄소중립은 기술적 전환의 문제가 아니라 도시 구조와 이동 방식, 생활 패턴을 함께 바꾸는 사회적·공간적 전환 과제다. 탄소중립 도시는 단순히 친환경차를 늘리는 도시가 아니라 ‘이동의 총량’을 줄이고, 보행과 자전거 중심의 생활권을 조성하며 주거, 업무, 여가가 한 생활권 안에서 가능한 도시를 의미한다.

따라서 2035년 NDC가 진정한 탄소중립의 길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전동화 중심의 기술 전략을 넘어 사람과 도시 중심의 지속 가능한 교통체계 비전을 세워야 한다. 기술이 아닌 철학이, 산업이 아닌 시민의 삶이 중심이 되는 교통정책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윤제용
서울대 교수
화학생물공학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