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대미대화 물밑작업… 내년 3월 북·미회동 분기점”

입력 2025-11-04 23:59
이종석 국가정보원장이 4일 서울 서초구 내곡동 국가정보원에서 열린 국회 정보위원회 국정원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해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국가정보원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북한이 미국과 대화를 준비한 동향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마지막까지 미국의 대화 ‘러브콜’에 응할지 고심한 북한은 내년 3월 이후 북·미 회담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왔다.

국정원은 4일 서울 서초구 청사에서 열린 국회 정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미 연합훈련이 열리는 내년 3월 이후가 북·미 회동의 정세를 결정지을 분기점이라고 보고했다. 북한은 2월로 예상되는 9차 당 대회까지 내치에 주력하고, 이후 대외 행보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다.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박선원 의원은 이날 국감 후 열린 브리핑에서 “북한은 러시아와 유착, 북·중 관계 개선을 바탕으로 북·미 관계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며 내년 3월 한·미 연합훈련 이후가 북·미 정상회담 개최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최근 북한에 있는 미국 일꾼들이 미국 내 국제 및 대북 일꾼들과 여러 지도적 인사에 대한 정보를 축적하고 있는 것을 증거로 본다”고 덧붙였다.

북한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APEC 계기로 제안한 북·미 회동에 끝내 화답하지 않았지만 대화를 위한 사전 작업은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국민의힘 간사인 이성권 의원은 “관심을 모았던 APEC 계기 북·미 정상회담은 불발됐으나 물밑에서 대화를 대비한 동향이 다양한 경로로 확인됐다”며 “(북한은) 미 행정부의 대북 실무진 성향을 분석한 정황이 파악됐으며 북한의 핵보유국 레토릭(수사)에 있어서도 미묘한 변화가 감지된다”고 설명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9월 22일 핵보유국 인정, 비핵화 포기 등을 대화 조건으로 내세운 후 핵무장에 대한 직접적인 발언을 자제하며 수위를 조절했다는 것이다.

이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아시아 순방 시 김정은을 만날 의향이 있다고 표명한 상황에서 대화의 여지를 감안해 최선희 외무상의 방러 출국을 막판까지 고심했던 정황을 포착했다”고도 부연했다.

대남 정책과 관련해선 적대적 기조가 여전하다는 평가다. 이 의원은 “우리에 대해서 (북한은) 두 국가 기조를 유지하며 해외공관에 한국 단체 접촉 금지, 한·미 차별 대응, 원칙적 입장을 철저히 준수하라는 지침을 하달하는 등 관계 개선의 여지를 지속적으로 차단하고 있다”고 전했다. 9차 당 대회 이후 열릴 최고인민회의에서는 적대적 두 국가를 헌법에 반영하기 위한 개헌이 이뤄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다만 박 의원은 “우리 정부에 대한 언사의 빈도가 줄었고 비난 수위도 낮아졌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대적전 국면에서 소강 국면으로 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북·러 동맹의 장기화 움직임도 국정원이 예의주시하는 부분이다. 최근 북한 군수 책임자의 잇따른 러시아 방문이 민감한 군사기술 이전으로 이어지는지 여부를 국정원은 추적 중이다. 또한 러시아 추가 파병에 대비한 훈련과 차출 동향이 감지된 것으로 전해졌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