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화 산업 구조조정 지연, 골든타임 허비 말라”

입력 2025-11-05 00:17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 겸 물가관계장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4일 석유화학 업계를 향해 “골든타임을 허비하지 말라”고 경고하며 구조조정 ‘속도전’을 주문했다. 기업들의 자율적 사업재편안 제출 시한이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업계의 빠른 결단과 액션을 압박하는 모습이다. 다만 산단별, 업체별로 설비 규모나 이해 관계가 크게 달라 올해 안에 합의점을 도출하기가 쉽지 않다는 전망도 나온다.

구 부총리는 정부서울청사에서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고 석유화학산업 구조개편 추진현황을 점검했다. 그는 “대산 산업단지에서 논의가 일부 가시화되고 있지만 일부 산단과 기업의 사업재편이 지지부진해 업계 진정성에 시장의 의구심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업계가 골든타임을 허비한다면 정부와 채권금융기관도 조력자로만 남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공급 과잉과 수요 부진의 이중고를 겪고 있는 국내 10대 석유화학 기업들은 지난 8월 정부와 협약을 맺고 나프타분해시설(NCC)을 270만~370만t 감축하기로 했다. 연내에 자구안을 내라는 정부 요구에 따라 그간 물밑에서 설비 통폐합 등 구조조정 협상이 진행되긴 했으나 아직 공식 발표로 이어진 사례는 없다. 그나마 3대 산단 중 대산 산단의 롯데케미칼과 HD현대케미칼이 사업재편 초안을 내놓아 정부도 이를 구조조정 1호 사례로 기대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이 대산 공장의 NCC 등을 현물출자 방식으로 HD현대케미칼에 이전해 설비를 통합하고 HD현대케미칼은 현금출자를 통해 합작사를 세우는 방식이다.

에틸렌 생산 규모가 가장 큰 여수 산단의 경우 LG화학이 GS칼텍스 측에 여수 NCC를 매각하고 합작회사를 설립해 NCC를 통합 운영하자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후 논의가 구체화되지 않고 있다. 여천 NCC와 롯데케미칼의 통합 가능성도 지속적으로 거론되지만 가시적 진전은 없다. 울산 산단의 경우 대한유화·SK지오센트릭·에쓰오일 3사가 구조재편 전략 자문을 외부 컨설팅 기관에 의뢰하는 자율협약을 체결했지만, 역시 설비 통합이나 감산 규모 등에 대한 실질적 논의는 시작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누군가 먼저 방안을 내놓으면 다른 기업들이 거기에 맞춰 또 다른 사업 전략을 구상할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에 눈치싸움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기업들이 드러내지는 못하지만 여러 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는 건 사실”이라며 “사업 재편안을 제출해도 확정이 아니라 정부가 최종안을 다시 만들 것이기 때문에 고려할 상황이 더 많다”고 전했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