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4일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과 만나 “임기 내 전시작전통제권 조기 회복은 한·미동맹이 한 단계 더 심화하고 발전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헤그세스 장관은 이 대통령과의 만남에 앞서 열린 제57차 한·미 안보협의회의(SCM)에서 한국군의 전작권 전환 의지에 공감하며 조속한 추진에 협력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한·미 국방장관은 핵추진 잠수함(핵잠수함) 지원과 방산 협력 강화를 축으로 한 동맹 현대화 구상도 공식화했다.
이 대통령은 용산 대통령 집무실에서 헤그세스 장관과 만나 전작권 조기 전환 필요성을 강조하며 “한국이 한반도 방어를 주도하게 되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의 방위 부담도 경감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이 서면 브리핑에서 전했다.
이 대통령은 또 “핵잠수함 확보는 한반도 방위 주도를 위한 우리 군의 역량을 크게 향상시키고 한·미동맹 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헤그세스 장관은 “한국의 국방비 증액과 국방력 강화 노력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적극 지원할 것”이라며 “한국은 가장 모범적 동맹”이라고 화답했다. 이번 SCM 공동성명에 전작권 전환과 관련해 원론적 협력을 넘어 진전된 상황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문구가 포함될지 주목된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SCM에서 헤그세스 장관에게 핵잠수함 건조·운용에 필요한 기술 이전과 연료 공급 절차를 공식화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SCM 공동성명에 핵잠수함 표현이 명시될 가능성은 낮지만, 첨단 해양 전략자산 확보·해양 억제력 강화 등 포괄적 표현으로 언급될 수 있다. 이는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확보와 연계되는 사안이다. 두 장관은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강화 방안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했다고 한다. 또 미 전략자산의 한반도 순환 배치 문제도 핵잠수함 논의와 맞물려 다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SCM은 한국의 핵잠수함이 핵무기와 무관한 순수 억제력 강화 수단임을 분명히 하면서 미국과 국제사회와의 신뢰를 강화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양국 장관은 이번 협력이 핵잠수함을 시작으로 수상함, 미사일, 인공지능 등 첨단 전력 체계 전반에 걸쳐 확대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헤그세스 장관은 확장억제 중심의 동맹이 핵잠수함, 사이버, 미사일, 인공지능 등 첨단기술 협력을 통해 확대되고 있다고 밝혔다. 인공지능(AI), 사이버, 우주 분야 협력 내용도 SCM 공동성명 문구에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가들은 이번 SCM 기조가 전통적 확장억제를 넘어 방산 협력을 중심으로 한 한·미 동맹의 진화 단계를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임을출 경남대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군사 분야에서 한국과 미국의 조선업 협력은 점차 확장될 수밖에 없다”며 “다양한 군함 건조 등 협력 범위가 넓어지면서 한·미 방산 동맹이 대폭 강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