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특검이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 재청구를 앞두고 12·3 비상계엄 위법성 인식 여부를 뒷받침할 증거를 보강하고 있다. 계엄 당일 박 전 장관이 윤석열 전 대통령과 독대하며 나눈 대화 내용, 박 전 장관이 받은 문건이 무엇이었는지 관련된 직접증거 확보가 제한된 상황에서 특검은 ‘객관적 간접증거’를 최대한 수집해 법원의 합리적 추론을 끌어내겠다는 전략이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특검은 박 전 장관이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 직전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포고령을 받은 것으로 보고, 이를 토대로 한 ‘위법성 인식’ 주장을 강화하는 데 주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포고령 1호가 ‘정치활동 금지’를 담고 있어 윤 전 대통령이 계엄해제 표결을 막기 위해 국회를 침탈할 것이라는 사실을 박 전 장관이 미리 인지할 수 있었다는 것이 특검 시각이다.
박 전 장관 수사와 관련한 직접증거 확보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특검은 계엄 선포 직전에 이뤄진 윤 전 대통령과 박 전 장관의 9분간 독대에 주목한다. 특검은 CCTV 화면 등을 통해 박 전 장관이 포고령으로 추정되는 문건을 받은 정황은 확인했다. 하지만 문건의 구체적 내용이나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계엄에 관한 지시를 받았다는 진술 등을 확인하지 못했다.
이에 특검은 간접증거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특검은 특히 박 전 장관이 계엄선포 3개월 전인 지난해 9월 국회에서 했던 비상계엄 관련 발언에 주목한다. 박 전 장관은 당시 구자근 국민의힘 의원이 “국회가 계엄 해제를 한 경우 국회의원을 국회 동의 없이 체포할 수 있느냐”고 묻자 “계엄 효력을 갖기 어려울 것 같다”고 답했다. 특검은 이 장면이 국회 의결로 비상계엄을 언제든 해제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박 전 장관이 인식하고 있었고, 대통령이 계엄 선포 효력을 유지하려면 국회를 막아야 한다는 위법성 인식이 그에게 이미 있었던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판단한다.
여기에 특검은 지난 구속영장 기각 이후 법무부 및 서울구치소 실무자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 및 소환조사 등을 통해 새로운 간접증거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계엄 선포 후 박 전 장관 지시로 이뤄진 법무부 실·국장 회의에서 참석자들은 포고령의 위법성을 지적했지만 박 전 장관이 교정시설 수용 공간 확보를 지시했다는 진술도 확보했다. 특검은 두 번째 구속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추가로 확보된 간접증거들을 제시할 계획이다.
특검은 조태용 전 국정원장에 대한 3차 피의자 조사를 진행했다. 조 전 원장은 윤 전 대통령의 계엄 선포 계획을 듣고도 국회에 보고하지 않아 직무를 유기한 혐의 등을 받는다.
이날 법원은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에게 1억원의 정치자금을 건넨 혐의 등으로 지난달 10일 구속 기소된 한학자 통일교 총재 측의 구속집행 정지 신청을 받아들였다. 한 총재는 오는 7일 오후 4시를 기한으로 일시 석방된다. 한 총재 측은 지난 1일 재판부에 건강상의 이유로 구속집행 정지를 신청했다.
신지호 기자 p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