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세계적으로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투자가 확대되면서 에너지저장장치(ESS) 수요도 급증하고 있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여파로 실적 악화에 신음하던 국내 배터리 업계도 속속 국내외 대형 ESS 사업 수주를 돌파구 삼아 실적 개선을 모색하고 있다.
4일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실적에서 LG에너지솔루션은 6013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반면 삼성SDI와 SK온은 각각 5913억원, 1248억원의 적자를 찍었다. 다만 삼성SDI나 SK온 안팎에서도 추가 실적 악화 우려보다는 바닥을 찍고 반등할 거란 기대감이 감지된다.
이는 AI 열풍으로 글로벌 ESS 수요가 늘어난 데 따른 변화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배터리 업계가 진출하지 못하는 미국 시장에서 ESS 수요가 계속 커지면서 국내 업계에 기회 요인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4분기 2255억원의 적자를 기록했지만 올해 들어 연이어 분기 흑자를 이어왔다. 특히 미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후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세액공제 지원금이 축소됐음에도 ESS 사업 등에 힘입어 2분기부터 IRA 지원금 없이도 흑자를 기록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7월 글로벌 기업과 20기가와트시(GWh) 규모 ESS용 배터리 공급 계약을 약 6조원에 체결했다고 밝혔는데, 업계에서는 계약 상대를 테슬라로 추정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스텔란티스와 합작해 세운 캐나다 합작공장의 자동차 전지 라인을 ESS 전자 라인으로 전환, 연내에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양산하기로 했다.
삼성SDI도 최근 테슬라와 10GWh 규모의 ESS 공급 계약을 두고 막판 협상 중이다. 삼성SDI는 정부가 추진하는 1차 ESS 중앙계약시장 입찰에서 지난 7월 전체 공급 물량 540메가와트(MW)의 80%가 넘는 465MW를 수주하기도 했다. 약 1조원대로 추정되는 2차 ESS 중앙계약시장 입찰도 이르면 이달부터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SK온도 지난 9월 미국 재생에너지 업체 플랫아이언과 2조원대(7.2Gwh) ESS 공급 계약 체결에 이어 최근 다수 고객사와 10GWh 규모의 ESS 공급 계약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윤활기유 사업으로 현금 창출 능력을 인정받은 SK엔무브와 통합까지 최근 마무리하며 재무 건전성도 강화한 상태다.
다만 이달부터 미국에서 전기차 구매자에 대한 세액공제가 폐지되면서 전기차용 배터리 판매도 급감할 수 있다는 점은 실적 악화 요인이 될 수 있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