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사진) 전 중국인민은행장 등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고위 간부들이 무더기 낙마했다. 이들은 가족을 해외로 이주시킨 공무원을 가리키는 ‘뤄관’으로 지목된 것으로 알려졌다.
홍콩 성도일보에 따르면 정협은 지난 1일 폐막한 제14기 전국위원회 상무위원회 제14차 회의에서 이 전 행장 등 9명의 전문위원회 부주임을 일괄 해임했다고 2일 발표했다. 구체적인 사유는 밝히지 않았다.
성도일보는 내부 관계자를 인용해 “당국이 뤄관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단행한 조치”라며 “시진핑 국가주석이 취임한 2012년 제18차 당대회 이후 뤄관에 대한 관리가 강화됐다”고 전했다. 중국에서 은퇴한 고위 간부들은 관례에 따라 정협 부주임을 맡는데, 임기 중 9명이 한꺼번에 해임된 것은 전례가 없는 일로 알려졌다.
이들 9명의 자녀 중 일부는 유학을 간 국가에 정착해 귀국을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행장의 아내와 아들도 미국에 거주하는데 아들은 거액의 부동산을 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해임된 인물은 장쥔쿼 전 국무원 발전연구센터 부주임, 장타오린 전 농업농촌부 부부장, 장제 전 상하이교통대 총장, 차오웨이싱 전 자연자원부 부부장, 천궈칭 전 최고인민검찰원 부검찰장, 왕룽 전 광둥성 정협 주석, 천위안펑 전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 부주임, 수이쥔 전 중국화교연합회 부주임이다.
중국 당국은 뤄관이 해외 유학·이주·거주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부패에 연루될 위험이 크고 국가안보를 해칠 수 있다며 해외 유학 중인 공무원 자녀들에게 졸업 후 6개월 이내에 귀국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베이징=송세영 특파원 sysohng@kmib.co.kr